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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 : 더 콘서트’(보이스 오브 햄릿) 제작사 이모셔널씨어터의 오필영 프로듀서와 편곡 작업을 맡은 김성수 음악감독은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AI 기술을 작품 창작에 활용해본 소감을 밝히며 이 같이 입을 모았다.
‘보이스 오브 햄릿’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 희곡 ‘햄릿’을 기반으로 한 뮤지컬이다. ‘햄릿’은 12세기 덴마크 왕가를 배경으로 선왕인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해 왕위에 오른 숙부를 향한 복수심과 도덕적 신념 사이에서 고뇌하는 햄릿 왕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보이스 오브 햄릿’은 ‘햄릿’을 록 콘서트 형식 1인극 뮤지컬로 색다르게 재탄생시켰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극작 및 작곡 작업을 진행한 첫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이모셔널씨어터는 “작품의 방향성에 맞춰 AI가 제안하는 문장, 시적 언어, 감정 곡선, 음악적 접근 방식 등을 참고해 작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필영 프로듀서는 인터뷰에서 “약 3년 전 극작가와 작곡가로 구성한 콘텐츠 개발팀을 꾸리고 AI를 작품 창작에 활용하기 위한 실험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이스 오브 햄릿’은 긴 시간 동안 쌓은 노하우와 프롬포트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구축한 ‘AI 기반 작품 개발 모델’의 첫 결과물”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AI는 이미 일상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고, 각 분야의 창작 작업에도 암암리에 쓰이고 있다”면서 “부정적 시선이 존재한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AI 활용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는 좋은 선례이자 기준점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AI를 계산기에 비유했다. 그는 “새로운 계산기가 나온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며 “가상 악기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도구는 많을수록 좋다’는 접근법으로 AI를 음악 작업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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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협업 방식의 장점으로는 생산성 및 효율성 증대를 꼽았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음악 작업을 하다 보면 대본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보일 때가 있는데 제작사 및 창작자와의 관계를 고려해 수정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AI를 활용하면 그런 걱정 없이 중간 수정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오필영 프로듀서는 “아무래도 제작사와 외부 창작자 간의 이견이 발생할 경우 절충안을 찾게 된다. 반면에 자체 AI 시스템을 기반으로 할 경우 중간 수정을 자유롭게 하면서 최초 기획 방향대로 밀고 나갈 수 있어서 효율적”이라고 맞장구쳤다. 이어 그는 “하루 만에 10개 작품의 초안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생산성이 좋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AI를 창작자의 상상과 철학을 확장해주는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오필영 프로듀서는 “원작이 없는 순수 창작 뮤지컬을 만들고자 했다면 AI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작이 있는 작품을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들의 요구에 맞춰 재창작하겠다는 명확한 목표 아래 작업을 진행했고, 완성본을 만들어내는 일은 인간 창작자가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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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음악감독은 “AI에 주도권을 빼앗겨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참여했다”며 “이번 작업을 계기로 AI가 확실히 유용한 도구이긴 하지만, 아직은 인간이 더 낫다는 걸 느꼈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아울러 그는 “AI의 등장으로 인해 도태되는 창작자들에 대한 고민과 저작권 취득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보이스 오브 햄릿’은 오는 28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햄릿 역에는 옥주현, 신성록, 민우혁, 김려원 등 4명을 캐스팅했다.
오필영 프로듀서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관극 경험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한다. 캐스팅 라인업도 현재 국내에서 햄릿을 가장 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들로 꾸려졌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무대 디자이너로 오랜 시간 활동해 온 오필영 프로듀서가 설립한 신생 공연제작사인 이모셔널씨어터는 앞으로 ‘AI 기반 작품 개발 모델’을 활용해 기존 IP를 재창작하는 콘셉트의 ‘보이스’ 시리즈 작품 개발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모셔널씨어터는 자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랩퍼토리’를 통한 순수 창작물 개발과 라이선스 공연 준비도 지속할 계획이다. ‘랩퍼토리’ 첫 작품으로는 최근 김하진 작가, 문혜성 작곡가, 박한근 연출 등이 참여한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 초연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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