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극화의 그늘, 맹신은 어떻게 괴물을 만들고, 진실을 외면하게 하는가? (심층 분석편)
우리는 때로 특정 인물의 카리스마나 달콤한 약속, 혹은 강력한 소속감을 안겨주는 특정 집단의 논리에 깊이 매료되곤 합니다.
처음에는 작은 호기심이나 일말의 동의로 시작했을지라도, 그 안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반복적으로 교류하고,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생각은 점점 한쪽으로 치우치게 됩니다.
마치 그들만이 세상의 유일한 진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들의 말은 의심할 여지 없는 경전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라는 심리적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집단 극화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거나 상호작용할 때, 그들의 초기 입장이 더욱 강화되고 극단적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조금 괜찮은 것 같은데?’ 정도였던 생각이, 집단 내에서의 반복적인 주장과 상호 지지를 통해 ‘이것만이 유일한 정답이야!’라는 확신으로 변모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집단 극화가 특정 리더나 집단의 이해관계와 맞물릴 때, 맹목적인 믿음으로 변질되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리더나 집단 핵심부에 대한 성추문, 착취, 심각한 윤리적 문제, 심지어 범죄 혐의가 제기될 때, 이 맹신의 벽은 더욱 견고해지며 충격적인 양상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합리적인 개인들이 그러한 상황에서도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된 이를 감싸며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를 억압하게 되는 것일까요?
‘우리 선생님(멘토/업체)은 절대 그럴 리 없어!’ – 신격화된 리더와 철옹성이 된 믿음의 심리
취약한 마음을 파고드는 ‘구원자 서사’와 절대적 신뢰 형성
문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나 단체는 종종 연애, 인간관계, 자존감 회복, 트라우마 치유, 혹은 특별한 성공 비법 등 매우 개인적이고 절실한 문제에 대한 ‘독점적이고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문가, 멘토, 혹은 구루의 모습을 하고 나타납니다.
심리적으로 지쳐있거나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이러한 존재에게 쉽게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되며, 이들을 자신의 고통스러운 문제를 해결해 줄 유일한 ‘구원자’나 ‘선각자’처럼 여기며 절대적인 신뢰와 복종을 보내기 쉽습니다. “이분(이곳)만이 나를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은 모든 판단의 기초가 됩니다.
‘그들만의 리그’ – 내부 논리의 강화와 외부 세계와의 단절
이러한 집단은 종종 독자적인 용어, 복잡한 이론 체계, 독특한 세계관, 그리고 내부 구성원에게만 통용되는 행동 규범을 만들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외부와 차별화합니다.
“우리만이 아는 심오한 지식/비법”, “외부인은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우리만의 특별한 문화/관계” 등으로 포장하며 외부 세계와의 심리적, 정보적 장벽을 견고하게 쌓아 올립니다.
내부에서는 지도자의 말이나 집단의 가르침이 끊임없이 반복 학습되고, ‘성공 사례'(때로는 과장되거나 왜곡, 혹은 조작된)가 내부 커뮤니티, 세미나, 고가의 유료 콘텐츠 등을 통해 공유되며 믿음은 더욱 강화됩니다. 외부 정보는 ‘열등하거나 왜곡된 것’으로 치부됩니다.
심각한 의혹 발생 시, 추종자들의 철통 방어 기제 심화
자신이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많은 시간, 돈, 감정을 쏟아부은 대상에게 성추행, 성폭행, 착취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외부에 의해 제기되면, 추종자들은 엄청난 심리적 충격과 극심한 인지부조화를 경험합니다.
“내가 믿고 따르던 완벽한 존재가, 나를 구원해 준 그 사람이(단체가)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 리 없어!”라는 강력한 부정이 작동하며, 이 고통스러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교하고도 맹렬한 방어기제가 나타납니다.
- - 피해자 매도 및 책임 전가 (Victim Blaming):”피해자가 뭔가 다른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꽃뱀이다)”, “피해자가 먼저 유혹했거나 빌미를 제공했다”, “피해 망상이다”, “원래 평판이 안 좋거나 질투심이 많은 사람이다” 등 온갖 이유를 들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그들의 신뢰성을 깎아내립니다. 이는 집단 내부에서 이미 학습되었거나 암묵적으로 공유된 특정 가치관(예: ‘매력적인 리더는 그럴 수 있다’, ‘특정 유형의 여성/남성은 문제가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것은 나약함의 증거다’ 등)에 의해 더욱 손쉽게 정당화됩니다.
- - 의혹의 본질 축소, 왜곡, 혹은 ‘특별함’으로 포장: “그 정도는 사회 통념상 큰 문제가 아니다”, “두 사람 사이의 사적인 문제일 뿐이다”, “리더의 남다른 애정 표현 방식/교육 방식의 일부였을 뿐, 외부인은 이해 못 한다”,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서의 특별한 시련이나 테스트였다” 등 사건의 심각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본질을 왜곡하여 받아들입니다. 심지어 가해 행위를 ‘특별한 관계’나 ‘높은 수준의 가르침’으로 미화하기도 합니다.
- - ‘음모론’ 및 ‘외부의 적’ 설정: “경쟁 세력이나 시기하는 자들의 조직적인 음해다”, “우리의 위대한 가르침/사업을 무너뜨리려는 외부의 공격이다”, “진실을 알지 못하는 대중의 마녀사냥이다” 등 외부의 적을 설정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며, 문제의 본질에서 시선을 돌리고 피해자의 호소를 ‘적들의 공작’으로 치부합니다.
- - ‘신성불가침’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 고발자에 대한 집단적 린치: 진실을 용기 내어 알리려는 내부 고발자, 피해를 호소하는 당사자, 혹은 외부의 비판자들은 ‘감히 신성한 영역을 건드린 배신자’, ‘집단의 화합과 순수성을 더럽히는 오염원’,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로 낙인찍히며, 집단적인 사이버불링, 신상털기, 명예훼손, 심지어 법적 대응 협박 등 극심한 2차 가해의 대상이 됩니다. 이는 다른 구성원들의 이탈을 막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 - ‘우리만의 숭고한 가치’ 수호를 위한 맹목적 헌신과 자기희생 강요: 추종자들은 지도자나 집단이 추구한다고 ‘믿는’ 숭고한 가치(예: ‘진정한 사랑의 실현’, ‘개인의 잠재력 극대화’, ‘새로운 시대정신의 구현’ 등)가 외부의 공격으로 위협받는다고 느끼며, 이 ‘위대한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더욱 맹렬히 방어에 나섭니다. 설령 그것이 일반적인 도덕률이나 법의 경계를 넘어서는 주장이나 행동일지라도, ‘우리만의 특별하고 숭고한 가치’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으며, 때로는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까지도 감수합니다.
- - 돌이킬 수 없는 투자, ‘매몰 비용’이라는 강력한 족쇄: 이미 막대한 시간, 엄청난 비용(고액의 강의료, 멤버십 비용, 컨설팅 비용 등), 그리고 깊은 감정적 에너지(존경심, 애정, 소속감, 희망 등)를 투자한 추종자들에게, 이제 와서 그 모든 것이 잘못되었거나 허상이었다고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삶의 일부, 혹은 전부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극심한 고통을 의미합니다. 투자가 크면 클수록 “내가 이렇게까지 헌신했는데, 틀렸을 리가 없어. 이것이 진실이어야만 해!”라는 절박한 믿음은 더욱 강화되고, 이는 외부의 어떤 객관적인 증거나 합리적인 비판도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강력한 심리적 족쇄로 작용합니다. ‘본전 생각’을 넘어선, 자기 존재의 일부를 지키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되는 것입니다.
‘믿음’이라는 안대의 위험성과 비판적 거리두기의 절실함
이처럼 특정 인물이나 집단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그것이 개인의 취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교묘한 심리적 전략과 결합될 때,
그리고 집단 극화라는 역학을 통해 증폭될 때, 성추행이나 성폭력과 같은 심각한 인권 유린 문제마저도 외면하고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피해자를 공격하는 비극적이고도 기형적인 상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참고 칼럼: 실화탐사대 G업체의 나체사진 요구
이는 결코 소수의 어리석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정받고 싶고, 소속되고 싶으며, 삶의 의미와 해답을 찾고 싶은 근원적인 욕구가 특정 조건 하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우리가 어떤 가르침이나 조언을 구할 때, 그것이 아무리 매력적이고 즉각적인 위안이나 해답을 주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항상 한 걸음 물러서서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교차 확인하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특히 절대적인 권위를 내세우거나, 외부 세계와의 건강한 소통을 차단하며, 내부 구성원에게만 통용되는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논리를 강조하는 곳이라면 더욱 예리한 주의와 경계가 필요합니다.
우리 안의 ‘믿고 싶은 마음’은 때로는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지만, 그것이 비판적 이성을 마비시킬 때 진실을 가리는 가장 두꺼운 안대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안대를 벗어던지고 현실을 직시할 용기, 그리고 상식과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분별력이야말로 우리 자신을 지키고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덕목일 것입니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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