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유난히 자주 야옹거리거나 그르렁대는 이유가 단순히 성격 탓만은 아닐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교토대학교 야생동물연구센터 연구진은 고양이의 유전자 구조, 특히 ‘안드로겐 수용체 유전자’가 울음소리 빈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양이 울음 빈도에 따른 유전자 길이
해당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되었으며, 건강 전문 웹진 ‘헬스데이(HealthDay)’를 통해 6월 8일(현지시간) 소개됐다.
연구진은 중성화 수술을 받은 혼합 품종 고양이 280마리를 대상으로 안드로겐 수용체 유전자 유형을 분석했다. 동시에 고양이 보호자들에게는 반려묘의 행동을 기록한 설문을 수집했다. 이후 유전자 구조와 울음 빈도, 공격성 등의 행동 양상 사이의 상관관계를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유전자 구조 중 안드로겐 수용체 유전자의 길이에 따라 고양이의 울음 빈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유전자가 ‘짧은’ 유형인 수컷 고양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야옹거리고, 그르렁거리는 경향을 보였다.
짧은 유전자를 가진 암컷 고양이들은 낯선 사람에게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유전자가 ‘긴’ 유형인 고양이들은 울음 횟수가 비교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오카모토 유메 박사과정 연구원은 “하루 만에 전국에서 265명의 고양이 보호자들이 설문에 참여할 만큼, 고양이 행동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이번 연구는 반려동물 행동에 유전적 요인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수용체 유전자 길이의 특징
또한 연구진은 실험에 참여한 대부분의 고양이가 길에서 구조된 혼합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유전자 구성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보니 울음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특정 품종을 유지하며 선택적으로 교배된 순종 고양이들은 울음 빈도가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고양이의 가축화 과정과 선택적 번식이 사람과의 소통 방식에 변화를 주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특히 안드로겐 수용체 유전자의 ‘긴’ 버전은 집고양이에게서만 발견되었으며, 삵이나 고기잡이삵 같은 야생 고양이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도록 진화한 고양이의 특성과 연결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다른 야생 고양이 종으로 범위를 넓혀 유전자와 행동 간의 연관성을 더 깊이 탐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고양이의 울음이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있어 단순한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유전적 요소도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Copyright ⓒ 뉴스클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