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시장이 ‘주식 수 감소’ 시대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월 10일 보도에서, 최근 일본 상장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중 유통 주식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강력한 수급 요인으로 작용하며, 일본 증시는 미국보다도 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5월 9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평균지수는 큰 폭으로 올라 37,000포인트를 다시 돌파했다. 이는 4월 초 대비 20% 이상 오른 수치로, 일본 주식시장이 지속적인 ‘강세장’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특히 일본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상승장의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4월 이후 각 기업들이 잇따라 발표한 자사주 매입 계획은 역대급 규모다. 미쓰비시 상사는 1조 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놓았고, 7&I 홀딩스는 6,000억 엔, 신에쓰화학은 5,000억 엔, 히타치 제작소는 3,000억 엔에 달하는 자금 투입을 예고했다. 4월 초부터 5월 7일까지 발표된 자사주 매입 한도 총액은 4조 3천억 엔으로,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세 배에 달한다. 실제 환매 금액도 이미 1조 7천억 엔에 이르렀다.
2024 회계연도 전체 기준으로는 자사주 매입 총액이 16조 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전년 대비 70%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일본 주식 수가 줄어들고 있어 더 매력적이다”라는 분석을 해외 투자자 대상 자료에 담았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2024년 상장기업의 주식 발행액에서 자사주 매입액을 뺀 순수치는 -12조 엔으로, 명백한 순감소다. 이는 2019년 이후 지속된 일본 주식시장의 구조적 흐름이며, 유통 주식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뜻한다.
주식 수 감소는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며, 이는 주가를 정당화시키는 기반이 된다. 미국 애플의 사례에서도 10년간 순이익이 2.4배 증가한 데 비해, EPS는 3.8배 늘었다. 이는 동기간 주식 수가 약 40% 줄어든 결과다. 미국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소멸 주식 수가 신규 발행 주식을 초과하는 구조적 전환기를 경험했으며, 일본도 그 흐름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등 신기술 분야에도 활발히 투자하고 있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자사주 환매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일본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 국제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향후 과제는 자본 효율화와 동시에 성장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주주 환원에만 집중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할 경우, 결국 기업 경쟁력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함께 사업 확장 전략을 병행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일본 증시의 지속적인 강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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