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한국 웹툰(K웹툰)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또 한 번의 진화를 이뤄내고 있다. 단순한 디지털 만화를 넘어, 영상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으로의 확장이 본격화되며 K웹툰이 '스토리 원천 IP의 보고(寶庫)'로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K웹툰은 북미, 유럽, 동남아 시장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여신강림'과 '이태원 클라쓰' 등 인기작들은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와 함께 해외 시장에서의 조회수와 판매량이 폭등하며 웹툰 플랫폼 자체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애니화, 성공의 키워드가 되다
웹툰의 영상화는 이제 단순한 부가사업이 아니라 IP 산업의 핵심 축이 되었다. 대표적 사례로는 '나 혼자만 레벨업(Solo Leveling)' 애니메이션이 있다. 2024년 일본에서 방영된 이 작품은 미국 크런치롤과 넷플릭스 등을 통해 동시 공개되었고, 방영 직후 일본 아마존 프라임 '애니메이션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전지적 독자 시점'과 '더 게이머', '이두나!' 등의 애니화 프로젝트가 공식화되며, K웹툰 기반 애니메이션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K웹툰 기반 애니메이션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약 48% 증가했다. 특히 애니메이션 수출 중 웹툰 원작 콘텐츠의 비중은 32%로 집계되어, 실사 콘텐츠 못지않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웹툰 IP의 해외 판권 판매도 급증 중이다. 네이버웹툰은 2024년 한 해에만 일본, 미국, 프랑스, 태국 등지에서 50편 이상의 웹툰을 현지 애니 제작사에 라이선싱했다. 그 중 일부는 공동제작 방식으로 전환되어, 단순 수출을 넘어 산업 내 ‘지분 투자’ 방식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제작 인프라도 변화하고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미르, 레드독컬처하우스, 클로버웍스코리아 등은 웹툰 기반 애니 기획 전담 부서를 신설하거나 일본·미국 제작사와 협업을 본격화했다.
K웹툰 애니화,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성공 요인으로 △스토리의 글로벌 보편성 △높은 팬덤 기반 △웹툰 원작에 충실한 연출 △OST·캐릭터 상품 등 2차 수익 모델 다각화 등을 꼽는다.
OTT의 확산 역시 가속 요소다. 넷플릭스, 디즈니+, 크런치롤 등은 K웹툰 기반 애니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2025년 상반기에도 다수의 한국 웹툰 IP가 글로벌 플랫폼에서 오리지널로 공개될 예정이다.
반면, 일부 작품의 품질 논란은 경계할 점이다. '신의 탑'과 '노블레스' 등 일부 애니는 연출과 캐릭터 설정에서 원작 팬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따라 단순한 이식이 아닌, 현지 정서와 원작 감성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제작 방식의 정립이 필수 과제로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흐름은 분명하다. K웹툰은 더 이상 만화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산업’의 정점으로 향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은 그 진화를 가속화시키는 핵심 매개체가 되고 있다.
웹툰에서 시작된 한 줄기의 상상이, 이제는 세계의 스크린 위에서 생명력을 얻고 있다.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다음 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웹툰이 다음 영상화를 기다리고 있다. 그중 어떤 작품이 전 세계를 사로잡을 다음 히트작이 될지, 기대해 볼 만하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knewscorp.co.kr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