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잡는다는 건 무엇일까. 인간도 식물처럼 ‘뿌리내리기’ 욕구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발 뻗고 잠잘 한 칸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이면에는 그러한 실존적 당위 혹은 필요가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소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삶을 걸고 투쟁하는 것은 기득권이 떵떵거리며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에서 꿈틀거리며 조금이라도 자신들 자리의 반경을 넓혀가려는 시도는 아닐까. 책은 ‘제자리에 있다’는 감각에 대해 철학적으로 묻고 답한다. 고정된 자리는 없으며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는 다소 안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감각은 오히려 ‘우발성과 차이가 끼어들 여지를 남겨두지 않’기에 폭력적이며 부자유스러운 것이라고. 우리의 제자리 찾기 여정은 어떤 식으로 변화해야 하는가.
■ 제자리에 있다는 것
클레르 마랭 지음 | 황은주 옮김 | 에디투스 펴냄 | 212쪽 |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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