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작전 다룬 '메러디스'서 주연…"후대에 알리고 싶은 작품"
대사연기 강조한 '시네마틱 오페라' 표방…6월 성남아트센터서 공연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성악을 전공했지만, 성악가로 활동한 적은 없어서 오페라에 대한 미련은 늘 있었어요. 뮤지컬을 하다 오페라를 하려니 어려움이 많아서 업둥이처럼 많은 도움을 받으며 성실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배우 하도권이 오페라에 처음 출연한다. 성악과 출신인 그는 한국전쟁 당시 흥남 철수 작전을 그린 시네마틱 오페라 '메러디스'에서 주연을 맡아 메러디스 라루 선장을 연기한다.
하도권은 15일 서울 강남구 삼익아트홀에서 열린 '메러디스' 제작발표회에서 "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작품으로 후대에 알리는 것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며 "철수작전으로 살아남은 분들 덕에 오늘의 저희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후손들에게 알리고 싶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2022년 초연 이후 3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메러디스'는 정원 60명에 불과한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1만4천명의 피란민을 태우고 철수작전을 벌였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작품은 '시네마틱 오페라'라는 장르를 내세워 정통 오페라의 음악성을 바탕으로 영화적 연출을 추가했다. 컴퓨터 그래픽(CG) 등 영상 연출로 피난민의 움직임을 포착해 피난 작전을 실감 나게 연출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이혜경 연출은 "1만4천명이 탄 배에서 2박3일 동안 벌어지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며 "영화에서 수십만명을 표현할 때 CG 효과를 넣듯이, 무대 세트 전체에 CG 처리를 해 객석에서는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처럼 작품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모든 대사를 노래로 부르는 정통 오페라와 달리 일부 장면에서 연극에 가까운 대사 처리로 극적인 요소를 강조한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제작진은 오페라에서 성악가가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에 대사를 소화하는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용주 작곡가는 "대중들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표현들이 오페라 안에 연출된다"며 "오페라를 감상할 때 대중들이 내용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관객이 집중만 하면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사 연기로 극적인 요소를 강조할 배우로는 배우 박호산이 출연한다. 라루 선장 곁에서 구조를 돕는 외신기자 윤봉식 역을 맡은 그는 주로 대사 연기를 하며 일부 합창 장면에 참여한다고 한다.
박호산은 "오페라를 하자는 연락을 받고 걱정했는데, 드라마를 맡아달라고 하기에 어떤 형식일까 궁금해졌다"며 "어떤 형식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새롭게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배우들과 함께 정아영, 이상은 등 성악가들도 조연으로 출연하며 위너오페라합창단, 브릴란떼어린이합창단 등 총 80여명이 무대에 오른다.
실제 흥남철수작전 생존자를 인터뷰하는 등 탄탄한 대본을 위해 노력했다는 제작진은 이 작품으로 '오페라는 어렵다'라는 편견을 깨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혜경 연출은 "발레에서 '심청'이나 '춘향'을 서양 무용에 입힌 것처럼 오페라도 하나의 장르일 뿐 어느 나라의 언어이든 접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음악적인 요소가 없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러디스'는 6월 6∼8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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