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수정 기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틀릴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글로벌 영어 스피킹 앱 ‘스픽(Speak)’의 성장 이야기를 풀어낸 책 《틀려라, 트일 것이다》는 바로 이 가치 위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실리콘밸리 유망 스타트업에서 이제는 기업가치 1조 4천억 원을 인정받는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한 스픽의 내부 마케터가 직접 기록한 ‘성장의 원동력’이자 ‘실패를 대하는 자세’에 관한 기록이다. 스타트업이 어떻게 글로벌 경쟁을 뚫고 고속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 비밀은 스픽 특유의 일하는 문화인 ‘로우 에고 프로페셔널리즘(Low-ego professionalism)’에 있다.
로우 에고 프로페셔널리즘은 높은 자존감을 바탕으로, 언제든 자신의 오류를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말한다. 저자는 스스로 이를 “겸손한 천재들의 무기”라고 표현한다.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실패를 과정으로 여기는 문화. 이처럼 ‘틀려야 트인다’는 스피릿은 사용자를 향한 메시지이자 조직의 중심 원칙이다.
책은 로우 에고 프로페셔널리즘을 업무 현장에서 구현하는 방식과 그로 인한 결과를 여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소개한다. △긍정적 호기심 △문제 해결자 마인드셋 △힘 빼기의 기술 △탁월성 △확실성 △가시성이라는 키워드는 스픽이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좌표가 된다.
특히, 스픽의 눈부신 성장을 이끈 핵심 사례들도 흥미롭다. 예컨대 2024년 대중적 파급력을 일으킨 이효리 브랜드 캠페인이 사실은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달린 한 줄 댓글에서 시작됐는 일화나, 스몰 토크 자리에서 탄생한 지하철 CM송 아이디어 등은 ‘틀릴 자유’ 속에서 피어난 창의의 순간들을 잘 보여준다.
스픽의 한국 시장 진출기는 더욱 인상 깊다. 영어 교육 시장이 포화 상태였던 2019년, 한국을 테스트베드 삼아 진출한 스픽은 당시 직원 20명도 안 되는 서울 팀에서 출발했으나, 불과 몇 년 만에 1000만 이상의 글로벌 유저를 확보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했다. 그 저력의 근간에 바로 이 책이 담고 있는 조직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틀려라, 트일 것이다》는 스타트업의 성장 공식이 궁금한 독자뿐 아니라, 직장인, 팀 리더, 예비 창업자 등 실무적 성장을 꿈꾸는 이들에게 강한 영감을 준다. 책 말미에 수록된 스픽의 실제 업무 템플릿 4종은 즉시 업무에 활용 가능한 실용적 자료이자, 이 책이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실천서로 기능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완벽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틀림을 견디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태도. 《틀려라, 트일 것이다》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가장 구체적이고도 생생한 증거다. (웨일북/ 1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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