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막 주, 서울에서 열린 한 마라톤 대회. 완주를 목표로 참가한 40대 이 모 씨는 결승선을 2km 남기고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병원 이송 후 심장 돌연사 진단을 받았고, 그의 가족과 지인은 큰 충격에 빠졌다. 평소 특별한 병력이 없던 그였지만, 최근 피로감을 자주 느끼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운동은 건강에 좋다지만, 무작정 뛰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마라톤은 고강도 지구력 운동이다. 단시간 동안 심폐 기능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만큼, 우리 몸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부담을 받게 된다. 특히 장거리 달리기는 심장과 혈관계에 강한 스트레스를 주며, 근육과 관절에도 상당한 충격을 준다. 이 때문에 평소 건강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도전 전에 반드시 의학적 점검이 필요하다.
우선, 심장질환이 있거나 과거 심근경색, 협심증을 겪은 사람은 마라톤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 심장에 이미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장시간 달리기를 하게 되면 부정맥, 심부전, 심정지 등의 치명적인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장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미리 심전도나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고혈압 환자 역시 주의 대상이다. 격한 운동은 혈압을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는데, 혈관이 약한 사람의 경우 뇌출혈이나 심혈관 사고로 번질 위험이 있다. 실제로 대회 중 쓰러지는 사례 중 고혈압성 위기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이 있어도 약물로 조절이 잘 되고 있다면 무리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사전 진료를 통해 운동 적정성을 평가받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도 마찬가지다. 마라톤처럼 에너지 소모가 많은 운동은 혈당을 급격히 낮출 수 있다.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를 복용하는 경우, 달리기 도중 저혈당 쇼크가 올 위험이 높다. 특히 아침 대회일 경우 공복 상태에서 출발하면 위험성이 더 커진다. 당뇨 환자는 혈당 수치를 철저히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한 보충 식사를 병행해야 하며, 혼자서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관절이나 척추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도 마라톤은 큰 부담이다. 무릎 연골 손상, 허리 디스크, 족저근막염 등의 기존 질환이 있다면, 장시간 반복되는 하중으로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잘못된 자세로 오랫동안 달릴 경우 회복이 어려운 관절 손상을 남길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걷기나 수영처럼 저충격 유산소 운동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하나 간과되기 쉬운 위험군은 운동 경험이 거의 없는 중장년층이다. 갑자기 마라톤에 도전하면 근육, 심폐, 체온 조절 능력 등 모든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한다. 준비 없는 도전은 탈수, 열사병, 근육 파열, 심장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 최소한 2~3개월 이상 달리기 적응 훈련을 거쳐야 안전하게 마라톤에 참여할 수 있다.
이밖에도 빈혈, 전해질 불균형, 감염 질환 등 건강이 일시적으로 저하된 상태에서는 마라톤 참여를 피하는 게 좋다. '난 그냥 완주만 하면 돼'라는 안일한 생각이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마라톤은 철저한 준비와 자기 상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운동이다. 건강한 도전을 원한다면, 먼저 내 몸의 신호부터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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