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73호 협정(73/2025)에 따라 자동차, 목재, 에탄올, 냉동 닭다리, 피스타치오, 아몬드, 신선한 사과, 체리, 건포도 등 다양한 미국산 수입 제품의 우대 수입세율이 대폭 인하되었다. 이 조치는 3월 31일부터 즉시 발효되며, 미국과의 무역 균형을 맞추고 양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베트남 정부의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이번 관세 개정으로 자동차 수입세는 기존 64%에서 50%, 45%에서 32%로 낮아졌으며, 에탄올은 10%에서 5%, 냉동 닭다리는 20%에서 15%로 인하되었다. 피스타치오, 아몬드, 신선한 사과, 체리 등의 견과 및 과일류는 기존 8~15%에서 일괄 5%로 조정되었고, 액화천연가스(LNG)는 5%에서 2%로 크게 낮아졌다.
특히 목재 및 목재 제품의 경우, 기존 20~25%였던 수입세가 전면 면제되어 0%로 인하되는 파격적인 조치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조치는 베트남과 미국 간 무역 구조를 조정하고 미국산 제품의 수입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베트남 목재 및 임산물 협회(Viforest)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베트남은 미국으로부터 3억 1,630만 달러 규모의 목재를 수입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수입량 32%, 수입액 34% 이상 증가한 수치다. 현재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미국산 목재의 두 번째로 큰 수입국이며, 전 세계 기준으로는 네 번째다.
냉동 닭다리의 관세 인하 또한 시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천필무역생산서비스유한책임회사의 완칭펑 매니저는 “현재 국내 닭고기 산업화 수준이 전체 수요의 40~45%밖에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주로 미국산 냉동 닭다리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번 세금 인하는 수입업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희소식”이라고 환영했다. 베트남은 매월 평균 약 1,250톤의 닭다리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세금 조정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의 베트남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미국의 스페이스X가 자사의 저궤도 위성 기술을 활용해 베트남 내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와 관련하여 로이터통신은 3월 26일 해당 사실을 보도했으며, 이방카 트럼프 전 백악관 고문은 자신의 SNS를 통해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자동차와 LNG에 대한 관세를 낮추고 있으며, 스타링크 서비스도 승인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금 인하가 단순한 무역 정책 조정을 넘어 미국과의 전략적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호찌민시 경제대학 경영연구원 원장 부춘영은 “베트남은 미국의 투자 유치를 위한 인프라 개선, 절차 간소화, 과학기술 분야 자본 유입을 위한 정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경제대학교 국제경제무역연구원 응우옌 창량 부교수 또한 “베트남은 미국과의 협력 확대와 동시에 수입 시장 다변화를 통해 단일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며, “고급 의료 장비, 액화가스, 소비재, 사료용 농산물 등 전략 품목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의 이번 조치는 단기적인 수입 촉진을 넘어,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경제적 신뢰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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