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체중 감량의 새 지평을 연 비만치료제의 특허기간이 지나면서 중국과 인도에서 저렴한 복제약(제네릭의약품)을 출격, 글로벌 우위를 선점하는 분위기다. 반면 국내는 아직 임상 단계에 머물고 있어 경쟁력을 위해 차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와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는 특허 만료 또는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리라글루타이드에 대한 특허는 중국에서 이미 만료됐고, 세마글루타이드 특허는 2026년 중국과 인도에서 끝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자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비만치료제 시장 내에서 차별화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국·인도산 비만치료제와 견주었을 때 ‘속도’와 ‘가격’ 양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든 만큼 제형 변경이나 투여 주기와 같은 형태로 차별화를 줘야 한다는 것.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되는 건 실제로 중국과 인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비만치료제 특허 만료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 기업들은 2년 내 GLP-1 비만치료제에 대한 특허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려 복제약을 출시했거나 출시 준비를 하고 있다.
삭센다 성분에 대한 특허가 끝난 중국에서는 최근 두 가지 치료제가 승인됐다. 화동의약이 개발한 ‘릴루핑(Liluping)’과 베내매제약이 개발한 ‘페이수메이(Feisumei)’다. 내년 세마글루타이드 특허 만료를 대비해서는 6개 제약사가 위고비 복제약에 대한 후기 임상시험 중이다.
인도의 경우 아직 GLP-1 비만치료제의 특허가 만료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글렌마크제약은 이미 삭센다의 복제약인 리라핏(Lilafit)을 개발했다.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리라핏의 비용이 하루 약 1달러20센트(약 1660원)로 오리지널의약품 대비 70% 저렴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이오콘도 삭센다 복제약을 개발, 지난해 3월 영국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용으로 승인받았다. 내년에는 위고비 복제약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콘은 복제약이 가격을 최대 10분의 1까지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 기존 약물도 함께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국산 비만치료제를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연구개발(R&D)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한미약품도 현재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내년 하반기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약은 위고비 수준의 체중감량 효과뿐 아니라 GLP-1 비만치료제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LP-1 약물은 식욕을 억제해 체중감량을 돕지만 위장관계 이상 반응이라는 부작용이 있다. 근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삼중작용제도 개발 중이다.
HK이노엔도 최근 GLP-1 계열 비만 신약 후보물질 ‘IN-B00009’의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지난해 5월 도입된 후보물질인 IN-B0009는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서 중국에서 제2형 당뇨 및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ST는 비만치료제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 파트2를 진행하고 있다. DA-1726은 전임상 결과에서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의 비만치료제(마운자로)와 유사한 체중감소 효과와 콜레스테롤 상승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 글로벌 임상 1상 파트2 결과를 올해 중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와 중국이 워낙 제약강국이기도 하고 비만치료제 같은 혁신신약들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들이 아니다”라며 “끊임없는 투자와 함께 R&D 생태계 구축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긴 호흡이 필요한 만큼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R&D에 대한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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