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전의 12.4%만 수련 중…하반기까진 추가 모집 없어
전공의들도 동요 분위기…"지금이라도 문 열리면 돌아가고 싶어"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오진송 기자 = 의대 증원에 반발해 학교를 떠났던 의대생들이 '단일대오'를 깨고 속속 돌아오면서 이것이 선배 전공의들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의대생들과 달리 전공의 다수는 3월에도 복귀를 택하지 않았는데 최근 의대생 복학과 내년 모집정원 3천58명 회귀 가능성 속에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들도 생겨나는 분위기다.
◇ 전공의 공백 계속…전공의들, 성과없는 강경 투쟁에 회의감도
30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는 인턴 211명, 레지던트 1천461명 등 총 1천672명이다.
지난해 2월 전공의 사직 사태가 빚어지기 전 전공의 숫자 1만3천531명(임용 예정자 포함)의 12.4% 수준이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상당수는 다른 병·의원에 근무 중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직 레지던트 9천272명 가운데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5천467명(59.0%)이 의료기관에 재취업해 근무 중이었다. 이 중 3천218명(58.9%)은 의원급에서 일하고 있다.
미복귀 전공의 중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 약 880명가량은 군의관과 공보의로 이달 입영해 훈련을 받고 있고, 나머지 미필 전공의는 입영 대기 상태다.
전공의들은 그간 '의대 증원 백지화'를 포함한 7대 요구안을 고수하며 단일대오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의대생이 속속 복귀하고, 이를 전제로 일단 내년 의대 모집인원 '증원 0명'이 달성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분위기 변화도 관측된다.
무엇보다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전공의협의회를 필두로 한 지난 1년의 강경 투쟁에서 얻어낸 것이 없다는 회의감도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 전공의 A씨는 연합뉴스에 "상반기 중에라도 모집하면 돌아간다는 얘기를 꽤 많이 들었다"며 "1년간 얻어낸 것도 없고 얻어낼 수 있는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마냥 1, 2년씩 버리는 것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의협이 '각자 선택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낸 만큼 단체행동의 의미는 크지 않은 시점이 됐다고 다들 인식하는 것 같다"며 "전공의 7대 요구안이라는 게 타당성도 부족하고 달성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들 인지했지만, 집행부의 고집 때문에 전혀 수정을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 B씨는 "2월에 돌아가려 했는데 모종의 이유로 못 돌아갔다"며 "이제는 제발 특례를 열어달라고 읍소하고 싶은 입장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하반기까지 추가 모집 없어…일부에선 "기회 열리면 돌아갈 것"
현재로서는 전공의들의 상반기 복귀 기회는 닫혀있다.
전공의 모집은 상·하반기 두 차례 이뤄진다. 통상 7∼8월에 이뤄지는 하반기 모집은 상반기에 충원되지 않았거나 중도에 발생한 결원에 대한 추가 모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하반기 모집 전 추가 모집 계획은 없다. 전공의 수련도 '학기제' 개념이라 중간에 선발하긴 어렵다"며 "전공의나 병원 등의 추가 모집 요청도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상반기 중 복귀하려면 정부가 예외적인 추가 모집을 마련하고 사직 1년 이내에 동일 연차·과목으로 복귀할 수 있게 다시 수련 특례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먼저 복귀해 수련을 개시한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는 데다가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후퇴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부담이라 정부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반기 모집 무렵엔 사직 전공의들도 사직서 수리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난 후라 수련 특례 없이도 원래 있던 병원으로 돌아가 수련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미필 전공의의 경우 사직과 함께 입영 대상자가 됐기 때문에 복귀를 택한다 해도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영장을 받으면 곧바로 입대해야 한다.
사직 전공의 A씨는 "지금은 복귀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으니 정부가 (기회를) 열어 줄지가 문제"라고 걱정했다.
B씨도 "아마 의대생 복귀 상황 때문에 이젠 문을 열어주면 (전공의들도) 다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며 "정부에 돌아갈 수 있게 열어줄 것을 요청하려고 뜻을 모으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강경파 위주로만 나오고 있어서 전혀 분위기를 파악할 수 없다"며 "실제로 의대생 복귀가 확인되고 내년 의대 모집인원이 확정되면 다른 목소리도 표면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전공의 공백으로 근근이 버텨가는 병원들도 전공의들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
서울 '빅5' 병원 중 한 곳 관계자는 "전문의와 진료 지원(PA) 간호사들이 애를 써주고 있지만 공백을 완전히 메우기엔 한계가 있다"며 "진료량이 회복됐다고 해도 여전히 사태 이전의 70% 수준"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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