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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베테랑 미들급 파이터 켈빈 개스텔럼(33·미국)은 한국을 참 좋아한다. ‘코리안좀비’ 정찬성과 인연으로 한국에 두 차례나 방문했다.
개스텔럼은 특히 지난해 12월 방한을 잊지 못한다. 당시 정찬성이 주최한 ZFN 대회에 게스트파이터로 초청받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개스텔럼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화상인터뷰에서 “삼겹살과 소주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소주를 맥주에 섞어서 폭탄주로 마셨다”며 “서울은 정말 멋지다. 예쁜 여자 친구를 만났다. 한국에는 아름다운 여성들이 정말 많다”고 한국에서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특히 정찬성이 주최한 종합격투기 대회 ZFN에 대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단언컨대 UFC를 제외하면 내가 본 어떤 대회보다 제작 수준이 뛰어났다”며 “데이나 화이트도 영상을 통해 지켜봤고, 두 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한 명은 한국의 유주상이고, 하나는 브라질의 마테우스 카밀루였는데 선수들 수준이 정말 뛰어났다”고 말했다.
개스텔럼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 ‘스팅’ 최승우 등 한국인 UFC 파이터와 함께 훈련했다. 개스텔럼은 “그들은 정말 복싱이 뛰어난다. 훌륭한 타격 기술에 엄청난 워크에식을 지녔다”며 “내가 볼 때마다 항상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있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찬성과 개스텔럼은 미국서 함께 훈련하면서 친해졌다. 정찬성이 현역 선수 시절 애리조나로 건너와 에디 차 코치 밑에서 훈련할 당시 개스텔럼이 훈련 파트너가 되기도 했다.
개스텔럼은 2013년 UFC 리얼리티쇼인 ‘TUF 17’에서 미들급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하면서 UFC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이후 벌써 햇수로 13년 째 UFC 옥타곤에서 활약 중이다. 네이트 마쿼트, 조니 헨드릭스, 크리스 와이드먼, 마이클 비스핑, 호나우두 소우자, 이스라엘 아데산야, 로버트 휘태커 등 웰터급과 미들급의 최정상급 선수들과 줄곧 싸웠다.
특히 2019년 4월 UFC 236에서 아데산야와 펼쳤던 잠정 챔피언 결정전은 UFC 역사에 남을 최고의 명경기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이 경기는 올해 UFC 명예의 전당 ‘명승부 부문’에 헌액될 예정이다.
개스텔럼은 당시 4라운드에서 강력한 킥으로 아데산야를 그로기에 빠뜨렸다. 하지만 큰 데미지를 입은 아데산야를 테이크다운 시키려다 실패하면서 오히려 역전의 빌미를 주고 말았다. 결국 개스텔럼은 5라운드에 아데산야에게 큰 타격을 허용했고 판정패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개스텔럼이 4라운드에 테이크다운 대신 계속 타격으로 밀어붙였다면 승부가 달라졌을 것이라 분석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게 내 실수였다고 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상황이 잘 기억나고,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며 “그가 데미지를 입은 틈을 타 테이크다운 시킨 뒤 피니시 시키려 했다. 그런 일은 경기를 하다보면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고 쿨하게 답했다.
이어 “5라운드에 (아데산야의 펀치를 맞고) 세 번이나 다운됐다.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중단시켰어야 했다고 할 정도로 KO에 근접했다”며 “하지만 난 계속 싸웠고 멈추지 않았다. 난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개스텔럼은 “아데산야는 내가 싸워본 선수 중 가장 펀치가 강한 선수였다”며 “내 커리어에서 가장 큰 데미지를 받은 경기에서 나를 그렇게 녹다운 시킬 수 있는 선수는 아데산야 뿐이었다”고도 강조했다.
최근 개스텔럼은 전적이 좋지 않았다. 아데산야전 패배를 시작으로 대런 틸, 잭 허만손에게 3연패를 당했고 이후 치른 6경기에선 3승 3패를 기록했다. 그래도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대회에선 대니얼 로드리게스(미국)를 판정승으로 누르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개스텔럼은 잠시 미들급에서 웰터급으로 체급을 낮추려고 시도했다가 지난 로드리게스전을 계기로 다시 미들급으로 돌아왔다. 그는 “내 몸상태는 100%다. 미들급이 내 체급이다. 앞으로 여기 머물것이다”며 “미들급에서 아주 컨디션이 좋고, 몸에 힘이 넘친다. 미들급에 돌아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개스텔럼은 오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UFC on ESPN : 모레노 vs 어섹’ 대회에 참가한다. 약 10개월 만에 복귀전에서 만날 상대는 조 파이퍼(미국)라는 미국 선수다. 통산 16전 13승 3패 전적을 자랑하는 파이퍼는 185cm 장신으로 개스텔럼보다 10cm나 크다.
개스텔럼도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경기 4주 전에 일찌감치 멕시코시티로 건너와 훈련을 하고 있다. 멕시코 시티는 해발고도가 2240m 고지대에 위치해있어 몸이 익숙해질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국적은 미국이지만 멕시코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개스텔럼은 멕시코 팬들에게 화끈하게 멋있는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그는 “기쁘고 정말 흥분된다. 난 멕시코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줄 의무가 있다”며 “파이퍼는 정말 뛰어나고 실력이 좋은데다 터프하기 때문에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그래도 내가 이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KO로 이기길 바라고 있지만 15분간의 전쟁도 가능하다”며 “나는 레슬링과 타격을 섞을 때 최고의 모습이 나온다. 이번에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정찬성이 자신의 경기를 보기 위해 멕시코 시티를 방문했다고도 밝힌 개스텔럼은 유창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전한 뒤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번에도 멋있는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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