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역사 속에서 화폐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조개와 쌀에서부터 주화와 지폐를 거쳐 현재는 현금 결제마저 줄어드는 등 통화제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는 지급결제 환경의 변화와 디지털자산에 대한 관심 증대를 야기했다.
전통적인 의미의 디지털자산은 전자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재산적 가치를 가지며 사용할 권리가 있는 무형자산을 가리켰다. 초기에는 사진, 로고, 애니메이션, 전자문서 등의 디지털 미디어와 미술품을 포함했으나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가 등장한 이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 대체 불가능 토큰(NFT),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까지 그 개념이 확장됐다.
CBDC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디지털통화를 말한다. 기존의 실물 화폐와 동일한 화폐단위를 갖고 현금과 1:1로 교환되는 중앙은행의 직접 채무다.
즉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현금으로, 금융기관의 채무인 예금이나 은행 및 비은행이 제공하는 지급결제수단(신용카드, 체크카드 등) 또는 소액 간편결제 시스템과는 다르다.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 현금형과 이자지급형으로 운영될 수 있으며 이자지급형 CBDC가 요구불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할 경우 개인과 기업이 은행 예금을 CBDC로 대체하며 은행의 예금 수신 규모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한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의 등장으로 수수료가 주 수익원 중 하나인 카드업계의 수익성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동국대 경영학과 강경훈 교수는 “모든 지급 결제 수단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영세 카드사나 페이 쪽이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앙은행은 영리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 결제수단을 통해 발생하는 데이터를 이용한 부가가치 창출을 할 수 없다”며 “여러가지 혜택과 포인트를 주는 커다란 플랫폼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명대 경영학과 서지용 교수는 “가맹들이 CBDC에 대한 준비가 잘 안 돼있는 등 우리나라에서 CBDC가 활성화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다른 지급결제 수단과 비교해 신용카드는 다양한 가맹점과의 제휴를 통한 할인·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이 있고 사실상 대부분 신용카드 가맹계약이 체결돼 언제 어디서든 신용카드로 거래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춰 당분간은 지급결제 시장에서의 중요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민간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회계단위·지급수단으로 기능하는 화폐보다는 높은 가격 변동성을 갖는 고위험 암호자산의 특성을 보이면서 법정화폐 등으로 민간 암호화폐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고 있다.
2014년에 발행된 테더(Tether)를 시작으로 USD코인(USDC) 등 다양한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돼 암호자산 거래와 탈중앙화금융(DeFi) 등의 결제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2021년 기준으로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CBDC는 앞서 언급한 비은행 제공 지급결제수단 또는 소액 간편결제시스템, 암호화폐 등과 발행주체와 법적 지위 등에서 큰 차이를 둔다.
CBDC는 발행 주체가 중앙은행으로 법정화폐로 인정될 뿐 아니라 중앙은행이 직접 보장하는 가치 안정성을 가진다. 중개기관의 의존도를 줄인 덕분에 수수료 또한 낮거나 없을 뿐 아니라 별도의 정산 과정이 불필요해 판매자가 실시간에 가깝게 대금을 수령할 수 있다. 이는 곧 소상공인 유동성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낮은 수수료는 글로벌 무역과 상거래의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신흥국과 선진국 간 디지털 격차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국가 간 지급결제서비스의 비효율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많은 중앙은행들이 2018년까지 CBDC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2019년 말부터 점차 긍정적으로 변했다.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고 금융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결제가 활성화되며 물리적 현금을 보완할 디지털 화폐의 중요성 또한 커졌다.
결제 인프라의 정비와 효율화 역시 CBDC 도입의 배경이 됐다. 현금 유통 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결제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신흥국가 등은 CBDC 도입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디지털 결제를 확산시키고자 한다. 캄보디아와 바하마의 경우가 그렇다.
금융포용성 확대 역시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기 어려운 계층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지급 수단을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익명성이 보장되는 현금이나 가상화폐와는 달리 유통 및 보유 정보를 추적할 수 있어 자금세탁 및 범죄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통화 주권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리브라(현재의 디엠)과 같은 민간 디지털화폐나 해외 CBDC가 국내에서 널리 사용될 경우, 자국 통화 이용이 감소하고 중앙은행의 통화 조절 및 금융정책 수행 능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앙은행들은 다양한 이유로 CBDC 도입을 고려하고 있으며, 각국의 경제 및 금융 환경에 따라 그 목적과 추진 방향이 조금씩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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