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성장호르몬보다 '성장부진의 원인 치료가 먼저여야'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성장일기]성장호르몬보다 '성장부진의 원인 치료가 먼저여야'

이데일리 2025-03-29 00:03:13 신고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최근 공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 아동과 청소년이 지난 3년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0년 1만7천여 명에서 2023년 3만4천여 명으로, 하루 평균 100명 가까운 아이들이 ‘키 크는 주사’를 맞고 있는 셈이다. 처방 건수로 따지면 연간 27만 회를 넘어섰다.

주목할 점은, 치료 대상자의 70% 이상이 의학적으로 ‘저신장증’으로 진단되지 않은, 다시 말해 ‘정상 키 범위’ 안에 있으며, 성장호르몬이 정상인 아이들이라는 사실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성장호르몬 치료의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모들의 불안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처럼 작동하는 분위기다.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성장호르몬 치료는 효과가 분명한 의학적 처방이다. 결핍이 확인된 아동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치료이며, 실제 키 성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문제는 그 효과가 단기간에 보장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사 한 방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만연하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성장 치료가 ‘원인에 대한 진단’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대응’으로만 접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키가 크지 않는 이유는 성장호르몬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건강, 수면 부족, 운동량 저하, 영양 불균형, 스트레스 과다, 감정 억제 등 신체가 성장에 집중할 수 없는 조건들이 반복되는 현실이 더 큰 요인일 수 있다.

실제로 진료실을 찾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생활 패턴보다 키 수치를 먼저 이야기한다. “몇 cm 컸는지”, “또래보다 얼마나 작은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만 질문하고, 아이가 매일 몇 시간 자는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주말에 얼마나 몸을 움직이는지는 묻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성장호르몬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몸이 자랄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치료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더 나아가, 성장판이 열려 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판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이다.

한의학은 성장을 단순한 호르몬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몸 안의 생리적 흐름, 체질적 특징, 정서적 상태, 신진대사, 장 기능, 수면의 질, 소화력까지 모두 성장과 연결돼 있다고 본다. 이는 현대의학에서도 점차 강조되고 있는 ‘전체성의 관점’과 맥을 같이 한다. 아이가 자라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성장판이 닫혀서가 아니라, 성장판이 숨 쉴 수 없는 환경 속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성장 치료의 본질은 ‘얼마나 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자라느냐’에 있다. 지금처럼 숫자에만 몰두하고, 치료 방법을 단일화하며, 생활 습관 개선 없이 주사에 의존하는 방식은 아이의 몸에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아이의 키는 결코 ‘의지의 문제’도, ‘주사 여부’의 문제도 아니다.

그보다 먼저 필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의 몸은, 자라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