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보다 훨씬 맛있다는데... 한국인들은 거의 안 먹는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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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보다 훨씬 맛있다는데... 한국인들은 거의 안 먹는 고기

위키트리 2025-03-28 17:07: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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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산 말고기 / 연합뉴스

역사 속에서 말은 개와 함께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었다. 전쟁터에서 승리를 이끈 전우이자, 먼 거리를 연결한 교통수단이었으며, 농경사회에선 귀중한 노동력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과 깊게 연결된 동물이 동시에 중요한 식량원이었다는 사실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곶자왈에서 제주마가 휴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에서 말고기는 제주도 특산품 정도로만 인식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선을 전 세계로 확장하면 다양한 국가에서 말고기는 고급 식재료로 대접받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일본은 세계 말고기 시장의 수요를 견인하는 국가다. 2000년대 초반 이탈리아의 경우 연간 23만5000마리를 도축하고도 수요가 부족해 이웃 나라로부터 말고기를 수입했다. 유럽공동체의 연간 1인당 마육소비량은 0.4kg으로 한국(2.6g)보다 153배 많다. 한국에서 연간 도축되는 말의 수는 연간 2000마리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고기 상태에서 먹으면 소고기보다 훨씬 낫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맛있음에도 한국에서 말고기가 대중화되지 못한 데에는 복잡한 역사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말고기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단백질 함량과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이다. 다른 육류에 비해 팔미톨레산이 2~3배 더 많이 포함돼 건강식으로도 각광받을 만하다. 철분 함량도 높아 빈혈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지방의 융점이 낮아 입안에서 살살 녹는 특유의 부드러움을 자랑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본에서는 ‘바사시’라는 이름으로 말고기 육회가 대중적으로 소비된다. 또 프랑스 미쉐린 레스토랑에서는 말고기 스테이크가 고급 요리로 제공된다. 몽골과 카자흐스탄 같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선 말고기가 일상적인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소고기와 비슷하면서도 보다 달고 약간 사슴고기 같은 맛이 난다는 것이 말고기를 먹어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다.

말고기는 조리법에 민감한 재료다. 너무 오래 익히면 질겨지기에 레어 또는 미디엄 레어로 조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곰탕으로 끓일 경우 뼈가 매우 단단해 2, 3일간 푹 고아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소비자들이 제주도 말고기 특별 소비촉진 행사에 나온 소포장 상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 2018년 12월 27일자 연합뉴스

한국에서 말고기는 거의 제주도에서만 소비된다. 제주도에는 약 40~50곳의 말고기 전문점이 있다. 육회, 불고기, 갈비찜, 곰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된다. 제주도에서 말고기 문화가 발달한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고려 충렬왕 2년(1276년) 몽골의 영향을 받아 목장이 설치되면서 말고기 섭취 문화가 시작됐고, 조선시대에는 건마육(말린 말고기)이 왕실에 진상품으로 바쳐지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제주 말고기의 품질을 높이 평가해 통조림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 제주도에서 유통되는 말고기는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전통적인 제주마(몽골계 말)다. 근내 지방이 잘 발달해 마블링이 있는 고급 고기를 제주마로 생산한다. 다른 하나는 제주마와 더러브렛 등의 외국종을 교배한 제주산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마블링이 덜한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에서 수입한 대형 비육마(체중 1톤 이상)도 일부 도입되고 있지만 아직은 보편화하지 못했다.

제주마 / 연합뉴스

한국에서 말고기가 대중화되지 못한 데에는 여러 장애 요인이 있다. 먼저 경제성이 떨어진다. 말은 소나 돼지에 비해 번식률이 낮고 사육비용이 많이 든다. 암말은 1년에 한 마리의 새끼만 낳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기 생산을 위한 전용 품종 개량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경주마에서 사용되는 약물 문제다. 한국마사회 소속 경주마들은 부상 치료를 위해 페닐부타존 같은 강력한 소염제를 투여받는데, 이 약물은 인체에 유해해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다만 실제로 은퇴한 경주마의 40%가량이 도축돼 말고기로 유통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조리 난이도도 걸림돌이다. 조금만 과하게 익혀도 질겨져 가정에서 조리하기 어렵다는 점이 일반 소비자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를 중심으로 말고기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제주도는 말고기 전문점을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해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며, 캐나다산 대형 비육마 도입을 확대하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말고기의 우수한 영양성분을 홍보해 건강식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말고기가 한국에서 진정한 대중 음식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한 공급 시스템의 정립이 시급하다. 경주마와 식용마를 철저히 분리하는 제도 마련, 조리법의 표준화, 소비자 인식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

600년 이상 이어온 제주도의 말고기 문화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미식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다만 그 만큼의 가능성도 함께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 말은 언제나 인간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온 동반자였다. 이제는 식탁 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때가 됐는지 모른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2019년 제주도의 한 말고기 전문점이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되면서 관광객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사례가 있다.

최근 들어 SNS 등을 통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말고기에 대한 호기심이 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들 사이에서 말고기 체험기가 공유되면서 새로운 식문화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보인다. 일부 축산업체는 말고기를 이용한 소시지, 햄 등 가공식품 개발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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