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유익한 식단으로 꼽히는 지중해식 식단을 대표하는 식품이 올리브, 올리브유다. 특히 최상급 올리브유로 꼽히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EVOO)은 항산화, 항염 효과 등 다양한 효능으로 여러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암 예방과 관련한 연구도 최근 많아지고 있다.
스페인 말라가 생의학연구소와 나노의학 플랫폼이 공동으로 발표한 2023년 연구에 따르면,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에 가장 많이 함유된 올레오칸탈(Oleocanthal) 성분과 올레아신(Oleacein)이 암의 성장과 전이에 중요한 혈관 신생(angiogenesis)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 신생은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지는 생물학적 과정으로, 건강한 세포뿐 아니라 암세포도 똑같은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전이된다. 암세포는 주변에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으며 빠르게 퍼진다.
혈관 신생을 차단하는 암 치료 전략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항암 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약물은 혈관 신생 억제를 주요 기전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부작용이 적고 표적이 뚜렷해 효과가 기대된다.
말라가 생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올레오칸탈과 올레아신이 혈관 내피세포의 이동과 침입을 억제하고, 혈관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MMP-2)와 활성산소의 생성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인체 혈관 구조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두 성분의 효과를 관찰했는데, 혈관 모양을 형성하는 올레오칸탈과 올레아신이 세포 활동을 최고 50% 이상 억제하는 결과를 확인됐다.
특히 두 성분은 이미 만들어진 기존 혈관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새롭게 생성되는 혈관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했다. 이는 기존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의 확산을 막는 정밀하고 안전한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아나 다실(Ana Dacil) 박사는 “올레오칸탈과 올레아신은 천연 물질 기반의 혈관 신생 억제 물질로, 향후 암 치료 보조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 성분은 암뿐 아니라 건선, 관절염, 실명 등 혈관 신생과 관련된 다른 질환 치료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말라가대학교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과의 미겔 앙헬 메디나 교수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단순한 전통 식재료를 넘어서 다양한 질병 예방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리브오일의 주요 성분은 품종, 재배 방식, 수확 시기, 추출법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고품질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40mL(약 4큰술)에는 올레오칸탈 약 25mg, 올레아신 약 10mg이 들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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