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Youth | 마리끌레르 피처 에디터 5인이 건져 올린 청춘의 조각들 #책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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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Youth | 마리끌레르 피처 에디터 5인이 건져 올린 청춘의 조각들 #책과 사진

마리끌레르 2025-03-28 09:00:00 신고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윤동주, ‘사랑스런 추억’)
청춘이란 찰나에 머물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 영화, 음악, 우리가 주고받은 대화까지.
마리끌레르 피처 에디터 5인이 저마다의 생에서 건져 올린,
불완전하게 반짝이는 청춘의 조각들.

애니 청의 사진

사진은 필연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찰나를 붙잡아두는 매체라는 사실이 슬프게 다가올 때가 있다. 내게 이 감각을 가장 또렷하게 일깨워주는 건 작가 애니 청의 사진이다.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만나본 적 없는 얼굴을, 겪어본 적 없는 순간을 자꾸만 그리워하게 된다. 재작년 겨울, 아름다운 가사 안에 담긴 뮤지션들의 이야기와 그의 사진을 나란히 실을 기회가 있었고, 우연한 계기로 직접 만난 작가에게 사진집을 선물 받았다. 그가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한 2013년부터 10년 동안 그를 지나쳐간 사람들을 빼곡히 담아낸, 라는 제목의 사진집이었다.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한참을 울었다. 지나간 사람들과 지나간 어제를 잊고 싶지 않아서 카메라를 들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을 곱씹었다. 가족, 친구, 연인과의 가장 밀접했던 순간들,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에만 존재하던 것들이 그 안에 있었다.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필름에 남겨진 얼굴들, 그것을 어루만지는 작가의 시선 속에 누군가의 지나간 청춘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안유진 피처 에디터

김애란의 모든 문장

“기념 세일, 감사 세일, 마지막 세일, 특별 세일. 세상은 언제나 축제 중이고 즐거워할 명분투성이인데.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가눌 곳 없이 그 축제의 변두리에서, 하늘을 어깨로 받친 채 벌 받는 아틀라스처럼 맨손으로 그 축제를 받치고 있을, 누군가의 즐거움을 떠받치고 있을 많은 이들이, 도시의 안녕이, 떠올랐다.” <잊기 좋은 이름>의 ‘한여름 밤의 라디오’ 중에서

20대의 한 시절을 그의 문장 속에서 보냈다. 그의 세계 속 주인공들이 오가는 비탈길 위 자취방과 편의점, 지하철을 나란히 걸었다. 청춘이라 대충 묶여 호명당했고, 지금이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이라는 말에 마음이 자주 추워졌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라니 이렇게 잔인해도 되나 싶었다. 푸르지도, 빛나는지도 모르겠는 어리둥절한 청춘의 얼굴들이, 그저 삶이 벅차고 고단한 얼굴들이 그의 이야기 안에 있다. 그들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다. 피처 에디터가 되고 김애란 작가에게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거절당할 것을 알면서도 원고 청탁을 앞세워 그에게 오래 미룬 인사를 하고 싶었다. 이후 작가의 다정한 음성이 지원되는 듯한 세심하고도 부드러운 거절 회신을 받았는데, 지금껏 지우지 않고 메일함 가장 밑바닥에 보관해두었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담아 두듯이 위로란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고 말해주는 것임을’ 당신에게 배웠다고, 당신의 문장에 춥고 습한 시간을 위탁했었다고. 이 지면을 빌려 다시 고백한다. 유선애 피처 디렉터

이규리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면 시집을 찾는다. 이를 습관으로 들이게 된 스물네 살 무렵, 모서리가 닳도록 자주 펼친 책 중 하나가 이규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다. 그의 시는 어디에도 털어놓지 않은 내 이야기를 누군가 사려 깊게 표현해주는 듯했다. “그 바람, 밖에서 부는데 왜 늘 안이 흔들리”(‘허공은 가지를’)느냐고, “모든 당신은 슬프다, 라고 쓰고 나니 그 당신들이 주렁주렁 열린다”(‘봉봉 한라봉’)고,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 많은 물은 아니었다”(‘많은 물’)고. 외로움과 절망, 허무, 슬픔 같은 감정들을 헤아리면서 페이지를 넘기다가 시집의 끝에 다다르면 깨닫게 된다. ‘불안도 꽃’이라는 것을, 마음속 불안을 외면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여야 비로소 내면이 잔잔해진다는 사실을.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감정에 아파하면서도 상처를 보듬고 나아가는 게 청춘의 불가피한 특성이라면, 그 시절의 나는 이규리 시인의 화자들과 닮아 있었다. 그리고 수년이 흐른 지금도, 한때 사랑한 이 책을 언제든 다시 꺼내 읽을 수 있도록 가까이에 두고 있다. 그게 나의 내일들을 꿋꿋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임을 알기 때문에. 최선은 그런 것일 테니까. 김선희 피처 에디터

이기리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

“나는 이 장면을 영원히 간직하거나 / 지워 버릴 수도 있지만 / 다시 눈을 뜨고 끝까지 다 보기로 한다”(‘일시 정지’). 말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 회피하지 않고 직시해야 하는 상처도 있다. 이기리의 시집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에는 학교 폭력을 비롯한 어린 시절의 상처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아픔을 말하는 여러 시 중에서도 이기리의 시가 유독 빛나는 이유는 그것을 딛고 일어난 이의 단단함이 그 안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나의 모든 고통이 타인에게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타인이 나를 살릴 거라는 믿음을 놓지 않는다. “죽지 않으면 안 돼? // 죽지 않아 주면 // 야호 // 나랑 더 놀아 줄 수 있으니까”(‘우리 집에는 식물이 없다’)라고 말하는 애틋한 명랑함도 고개를 내민다. 이 시집의 마지막 시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겠습니다’에는 이런 시구도 있다. “나는 타인을 사랑하고 믿으려는 맹목적 태도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 나의 웃음이 당신의 웃음이고 나의 기쁨이 당신의 기쁨이라면. 나의 말이 당신의 심장을 몇 번 더 뛰게 할 수 있다면. 나, 더 살아도 되겠습니까.” 기나긴 생의 초입에서, 언제까지고 계속될 아픔을 딛고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의심하게 될 때면 이기리의 시집을 펼친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앞의 시)일 거라는 “믿음을 연습”(앞의 시)하며 오래도록 그의 시를 곱씹을 것이다. 임수아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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