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자 다수 '지역소멸 우려' 지역 고령자들…1만5천369명 이재민 힘든 사투
끝 안 보이는 대피소 생활에 지쳐가, 당시 공포감에 고통…"막막한데, 돌아갈 곳은 없고"
(안동·영덕·의성=연합뉴스) 이승형 손대성 손형주 나보배 기자 = 언제 끝날지 기약 없이 길어지는 대피소 생활에 고령자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경북 북부를 휩쓸고 있는 대형 산불이 6일째로 접어든 27일 오후 1시 기준 3만3천89명이 불길을 피해 대피했다.
이 가운데 1만7천720명은 귀가했으나 1만5천369명은 시군마다 마련한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다.
산불 피해가 난 의성·청송·영양 경북 북동부지역은 고령화가 심각한 대표적인 지역소멸 우려 지역으로 대피 생활을 하는 이들도 대부분 고령자다.
하지만 평생의 터전을 잃고, 깊은 상심에 빠진 노인들을 위로하기에 대피소 시설과 지원은 역부족이다.
대피소는 체육관 등 규모가 큰 장소에서부터 학교, 마을회관, 경로당 등 소규모 시설까지 다양하다.
이번 산불로 현재 160개 이상의 대피소가 운영 중이다.
대피소 가운데 대형 시설은 공간이 넓어 구호용 텐트라도 설치하지만, 소규모 시설은 개인용 텐트를 칠 공간마저 없어 주민들은 사생활 보호도 안 되는 차가운 바닥에 매트와 이불을 깔고 버틴다.
안동 길안중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바닥에 매트와 이불을 깔고 생활하는 안모(65) 씨는 "속옷 한 장 못 챙겨서 나왔는데 다시 집에 가보니 다 타버리고 아무것도 없었다"며 "상황은 길어지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다.
길안중에는 이재민들과 피해를 우려해 대피한 주민 15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영덕 매정리 김필녀(85) 씨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집에 있고 싶어도 있을 수가 없다"며 "대피소에서도 잠이 안 와서 갈 곳이 마땅찮다"고 흐느꼈다.
구호 물품은 이어지고 있지만 대피소가 워낙 많다 보니 대피소별로 생필품뿐 아니라 고령자들이 매일 필요한 의약품과 의료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모든 게 아쉬운 형편이다.
안동체육관에서 생활하는 박모(66) 씨는 한 달 전 뇌실에 물이 차는 '수두증'으로 큰 수술을 받아 자꾸 허리가 저리고 어지럽지만 당장은 대피소에서 머무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집이 모두 타버려 안동체육관에서 지내는 전모(72) 씨는 "대체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겠는지 모르겠다"며 막막해했다.
덮치는 불길을 피해 겨우 몸만 빠져나온 어르신들은 집이 전소되거나 마을에 전기와 수도가 끊겨 돌아갈 곳이 없이 기약 없는 대피소 생활에 지쳐가고 있다.
또 당시 느꼈던 공포감에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의성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윤모(85) 씨는 "눈만 감으면 벌건 불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게 눈앞에 아른거려요. 빨리 우리 집 천장 아래서 잠들고 싶은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모(77) 씨는 "아직도 마음이 진정이 안 된다"며 "전 재산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면 눈물이 난다"고 글썽였다.
이와 관련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주택 전소 등 재산 피해가 계속됨에 따라 이주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숙박시설을 확보할 것을 간부들에게 지시했다.
이 지사는 "현장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살펴서 지원하고 편안한 호텔급 숙박시설로 최대한 안내하는 등 선진국형으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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