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먹을 때 빠지지 않고 상 위에 오르는 채소가 있다.
된장찌개나 라면 옆에 슬쩍 곁들여지는가 하면, 밥 한 술과 고기, 쌈장을 올려 돌돌 말아 먹는 일도 흔하다. 한국인의 식탁에선 없어선 안 될 존재, 상추 이야기다.
상추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재배되지만, 이처럼 식문화에 깊게 뿌리내린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의 쌈 문화는 상추를 단순한 채소를 넘어 하나의 식사 방식으로 끌어올렸다.
깻잎, 배추, 케일, 심지어 호박잎까지 다양한 잎채소들이 함께 ‘쌈채소’로 분류되며, 고기와 곁들여 먹는 조합은 대표적인 한국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상추 소비량은 1인당 약 6.3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일상에서 상추가 얼마나 자주, 또 넉넉하게 소비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고깃집에선 고기보다 상추가 먼저 바닥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외국인들은 이 문화에 종종 놀란다. 한국식 고깃집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고기를 채소에 싸서 먹는 방식이다. 기름진 고기를 신선한 채소로 감싸고, 여기에 마늘이나 고추, 쌈장까지 곁들이는 조합은 낯설고도 흥미롭다는 반응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기는 물론 회, 볶음류 등 다양하게 쌈 채소와 곁들여 먹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상추가 주로 샐러드나 햄버거용으로 사용되며, 한국처럼 고기와 함께 대량으로 소비되지는 않는다. 삶거나 굽거나 싸먹는 방식도 흔치 않다. 반면 한국에서는 쌈채소를 활용한 도시락, 샐러드 키트, 전용 소스까지 유통되며 관련 시장도 점차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쌈 전문 식당’까지 등장했고,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쌈채소 세트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상추는 단순한 채소가 아니라 한국인의 식생활과 정서에 깊게 자리 잡은 상징적 식재료가 된 셈이다.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쌈 문화는 K-푸드의 일환으로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토록 열정적으로 상추를 소비하는 문화는 한국만의 고유한 미식 경험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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