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맷 데이비슨. 스포츠동아DB
NC 다이노스 외국인타자 맷 데이비슨(34)은 2024시즌 홈런왕이다. KBO리그 데뷔 첫해부터 46개의 아치를 그렸고, 3할 타율(0.306)과 100타점(119타점)까지 해냈다. 콘택트 능력이 부족하다는 우려마저 잠재운 그의 재계약은 당연했다.
시즌 출발도 나쁘지 않았다. 25일까지 첫 3경기에서 10타수 4안타 1홈런 2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2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5, 6회 2차례 만루 기회를 놓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5회초 무사 만루에선 시속 150㎞, 6회초 2사 만루에선 시속 148㎞ 직구에 잇달아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타석에서 남은 미련은 수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6회말 2사 후 치명적인 포구 실책으로 5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호준 NC 감독은 그냥 지켜보지 않았다. “데이비슨이 직구와 변화구를 다 노리고 치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직구에 타이밍이 늦는 느낌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외국인타자가 직구에 헛스윙이 나오니 조금 답답하긴 했다. 변화구는 몰라도 빠른 공에는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영훈 타격코치를 통해선 “변화구 타이밍을 잡는 데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직구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감독의 조언이 통했던 것일까. 불과 하루 만에 데이비슨의 방망이는 완전히 달라졌다. 26일 대구 삼성전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전해 5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8-6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의 패배를 설욕한 NC(2승2패)는 2008년 이후 17년 만에 개막 3연승을 질주한 삼성에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출발부터 깔끔했다. 데이비슨은 1회초 1사 1·2루서 삼성 좌완투수 이승현의 커터(시속 135㎞)를 공략해 좌익선상 1타점 2루타를 뽑았다. 삼성 3루수 김영웅이 몸을 날렸지만, 타구 스피드가 워낙 빨랐다. 이 2루타는 이날의 결승타가 됐다. 여세를 몰아 선두타자로 나선 3회초에도 좌중간 2루타를 친 뒤 득점까지 올렸다.
6-2로 앞선 6회초에는 홈런도 쏘아 올렸다. 1사 1루 볼카운트 2B-1S서 삼성 우완투수 이승현의 4구째 슬라이더(시속 135㎞)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2점홈런(시즌 2호)을 터트리며 스코어를 8-2로 만들었다.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로 치기 좋게 들어온 슬라이더를 데이비슨이 놓칠 리 없었다. 이후 삼성이 4점을 뽑으며 2점차까지 추격해온 것을 고려하면, 이 한 방의 영향은 엄청났다. KBO리그 데뷔 시즌부터 홈런왕을 차지했던 좋은 기운이 올 시즌 초반에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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