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가 온 국민의 충격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6시 30분쯤, 왕복 6차선 중 4개 차선을 덮친 지름 20미터, 깊이 20미터의 대규모 땅 꺼짐 현상은 단순한 자연재해로 보기엔 규모도, 정황도 이례적이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30대 남성 박모 씨가 목숨을 잃었고, SUV 차량 운전자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으로 서울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사업의 공사 지점과의 관련성이 제기되면서 시민 안전에 대한 우려와 서울시 대응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사고 이후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에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땅이 꺼지며 형성된 거대한 구덩이로 떨어지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고, 함몰 직전 흰색 카니발 차량 한 대가 그 지점을 가까스로 빠져나오다 튕겨지는 모습도 목격됐다.
사고의 비극성은 단순한 인재 사고를 넘어, ‘예견된 재난’을 확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실제로 지난 2월, 한 건설업 관계자가 서울시에 해당 지점과 관련된 붕괴 우려 민원을 제기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는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1공구 종점 터널구간, 즉 싱크홀이 발생한 바로 그 아래 지역의 토질이 약하고 토압이 심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이 구간은 암반층이 없는 풍화토로 이루어져 있고, 차량 통행이 많아 지반에 압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으며, 실제로 공사에 참여한 현장 경험에 기반한 우려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며 “공법 등에는 차이가 있으나 설계상 안정성이 확보돼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지금의 사망 사고가 민원에서 지적된 구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대응은 심각한 무책임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사고는 불과 몇 초 만에 한 가장의 생명을 앗아갔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33세 박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주7일 일했던 성실한 인물이었다. 낮에는 프리랜서로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배달 일을 병행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사고 당시에도 부업으로 배달 업무 중이었으며, 땅이 꺼지는 참변에 그대로 휘말렸다. 박씨는 지난 2018년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뒤 어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해온 실질적인 가장이었으며, 그의 지인들은 “정 많고 유쾌했던 친구”, “너무 성실해서 안타깝다”고 울먹이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이후 구조 작업은 밤샘 수색으로 이어졌다. 25일 새벽까지 실종자로 분류되었던 박씨는 사고 17시간 만인 오전 11시 22분, 싱크홀 중심에서 5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은 잠수복을 입고 수색견과 함께 진흙과 토사 속에서 박씨를 수색했고, 싱크홀 내부에 고인 2천 톤의 물을 퍼낸 뒤 중장비로 마른 지반을 긁어올리며 구조 작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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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초기에는 토사물이 많아 맨손과 삽으로 퍼올려야 했을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다. 소방당국은 안전을 위해 인근 주유소의 기름탱크까지 모두 비우는 결정을 내리는 등 추가 사고 예방에 나섰다.
서울시는 사고 직후 전기와 수도 공급을 차단하며 2차 사고를 막는 데 집중했으며, 25일 오전 긴급 안전 점검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사 사고의 재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특히 지하철 터널 공사와 직접적인 연계성이 높다는 점, 사고 지점이 공사 구간 상부와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지반 침하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서울시 도시철도토목부 이재혁 부장은 “사고 지점은 현재 터널 상부 굴착 단계였으며, 하부 굴착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굴착 초기의 사전 지반 보강 미비, 강한 토압에 대한 오판, 지하수 배제 조치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토질이 불균질하고 압력이 강한 풍화토 지역에서는 굴착 이전부터 충분한 지질 조사와 사전 보강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사전 조치 부족 여부가 조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사망한 박씨의 빈소는 서울 강동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유족과 지인들은 “받은 것밖에 없는데, 우리 애기 어떡하냐”며 오열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닌 제도와 행정, 책임 회피 속에서 발생한 사회적 참사로 인식되고 있으며, 시민들은 서울시의 사고 예방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책임자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강동구 싱크홀 사고는 도시 인프라 개발이 안전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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