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도 경고했다”…서울시, 반복된 ‘싱크홀 참사’ 왜 막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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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도 경고했다”…서울시, 반복된 ‘싱크홀 참사’ 왜 막지 못했나

투데이신문 2025-03-25 16:25: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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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강동구 명일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싱크홀 사고 현장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25일 서울 강동구 명일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싱크홀 사고 현장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서울 강동구 도로 한복판에서 발생한 싱크홀의 원인이 지하철 9호선 공사로 지목됐다. 2014년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도 9호선 공사로 싱크홀이 다수 발생한 전례가 있어 서울시는 유사한 사고의 반복을 사전에 막지 못해 인명 피해까지 낳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5일 강동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29분쯤 강동구 명일동 동남로에서 직경 20m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해 거리를 달리고 있던 오토바이와 30대 남성 운전자가 매몰됐다. 강동소방서는 밤샘 수색을 이어간 끝에 이날 오후 1시경 싱크홀 중심선으로부터 50m 떨어진 지점에서 매몰된 운전자를 발견했다.

강동소방서는 이날 오후 1시 현장브리핑에서 “17시간의 사투 끝에 땅 꺼짐 현장에 발생한 싱크홀 중심선을 기점으로 50m 떨어진 점에서 남성을 발견했다”며 “좋은 소식을 알리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매몰자 수색에 난항을 겪은 원인으로는 상수도관 파손으로 인한 물과 토사가 지목됐다. 땅이 내려앉으며 싱크홀 내부에 쌓인 토사량은 약 6480톤으로 추정됐다.

강동구청은 준설 차량과 엔진 펌프 1대를 지원했지만 이마저도 사용이 어려웠다. 강동소방서는 전날 언론브리핑에서 “대원 30여명이 로프를 이용해 싱크홀 안으로 들어가 오토바이가 추락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수색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싱크홀의 규모는 당초 18~20m에서 22m까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에 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지하에서 지하철(9호선) 연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 사고 원인으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추진된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는 종착역인 중앙보훈병원역을 경기도 남양주시까지 연결하기 위한 사업으로, 오는 2028년 개통이 목표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하철 9호선이 싱크홀 문제의 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송파구에서 진행된 지하철 9호선(신논현~종합운동장 구간) 공사 당시에도 6월부터 2달에 걸쳐 5차례의 크고 작은 싱크홀들이 발생한 바 있다.

서울시가 꾸린 전문가 조사단은 2014년 당시 다량으로 발생한 싱크홀의 원인이 9호선 지하철 공사라고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강동구 싱크홀이 이때와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사고인 것으로 분석했다.

강동소방서 김창섭 행정과장이 25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일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강동소방서 김창섭 행정과장이 25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일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14년 싱크홀 조사단장을 맡았던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통화에서 “2014년 당시와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사례일 가능성이 95%다. 사전에 경고가 있었던 셈”이라며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인 조건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충적층, 두 번째는 지하수, 세 번째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9호선을 지나는 일대는 한강의 근처이기 때문에 ‘충적층’이 발달돼 있다. 충적층이란 하천에 의해 퇴적물이 쌓여 생긴 굳지 않은 퇴적층으로, 주로 모래나 진흙 등으로 이뤄져 있다. 암반 같이 단단한 지반이 아닌 흙과 모래로 이뤄진 구간에서는 땅을 이루는 충적층에 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박 교수는 “지하수가 흐르면서 충적층을 이루고 있던 흙과 모래들을 쓸고 내려가는 것이다. 싱크홀 현장을 살펴보면 흙탕물이 많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또한 싱크홀이 발생하면 그 규모만큼의 흙이 어디론가 흘러들어갈 공간이 있어야 한다. 높은 확률로 그 공간이 9호선 지하철 공사장이 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즉 유실되기 쉬운 충적층으로 이뤄진 한강변 지하에 공간을 뚫어 지하철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그 빈 공간으로 지하수와 흙이 흘러들어가 땅이 꺼지면서 싱크홀이 발생한 것이다.

이 밖에도 2014년에도 문제시됐던 지하철 공사에서 사용된 ‘실드(Shield) 공법’이 다시 한번 언급됐다. 실드 공법은 원통형 실드(강재)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고 들어가는 방법이다. 

박 교수는 해당 실드 공법이 다른 방식과 비교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지반 침하 위험성이 높은 것은 맞지만 암반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방식을 채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중요한 것은 ‘공사 품질 관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땅을 10m 뚫었다고 가정했을 때 파내서 나오는 흙 양이 있다. 그 양을 정확히 계산해서 싱크홀을 예방할 수 있다”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흙 양이 실드로 파낸 양보다 많을 경우 싱크홀의 전조 증상으로 외부에서 흙이 흘러들어오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 공사를 일시 중지하고 상황을 면밀히 파악한다면 갑작스러운 싱크홀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상하수도관의 노후화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하는데 보통 상하수도관의 경우 지면에서 1m 정도의 얕은 깊이로만 묻혀 있기 때문에 이렇게 큰 규모의 싱크홀의 원인이 될 수 없다”며 “서울시에서는 이번 싱크홀을 천재가 아닌 인재로 여겨 확실한 원인 규명과 제도 개선을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사고 발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하철 공사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향후 정밀하게 분석한 뒤 원인을 밝혀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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