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차'도 나흘째 활동, "한 끼 1천200인분 준비…진화대원이 더 힘들지"
구호물품 전달에 통신·심리상담 지원도 이어져
(의성=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어제 오후 5시부터 한숨도 못 잤는데 이런 분들이 계시니 힘이 됩니다."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종합운동장 인근 '카페 비야'를 찾은 한 소방관은 커피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카페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강원도소방본부 소속인 이 소방관은 "출동하다가 우연히 커피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안내문을 보고 찾아왔다"며 "너무 큰 힘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카페 사장 윤세리(39)씨는 "진화대원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게 이것뿐이어서 죄송할 따름"이라며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윤씨는 이날 오후 샌드위치 200인분과 커피 200잔을 준비해 진화대원들이 집결해있는 의성종합운동장을 찾아갈 계획이다.
윤씨는 전날 오후 커피 무료 나눔을 개시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1명도 찾아오지 않았다며 되레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인이었던 윤씨는 15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며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구미에서 5년 전 의성으로 옮겨왔다.
윤씨는 커피 무료 나눔을 생각한 이유를 묻자 "진화대원들이 식사도 잘 못하고 잠도 못 자는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의성종합운동장 옆 임시대피소인 의성체육관에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이재민들을 위해 밤을 지새우다시피 하고 있다.
한국구세군은 산불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후부터 사랑의 밥차를 운영 중이다.
그들 옆에는 의성군 새마을부녀회 회원들도 함께한다. 의성군은 식자재를 지원하고 있다.
안솔베(48) 구세군 사관은 "끼니마다 1천100∼1천2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한다"며 "일부는 포장해서 안평, 신평, 사곡, 금성, 안계 등등 식사 지원이 필요한 소방관들이 있는 곳으로 배달한다"고 설명했다.
안 사관은 "오후 10시까지 식사 지원을 하고 다음 날 새벽 4시에 일어나 다시 식사 준비를 한다"며 "힘들지만, 진화대원들이 더 힘들기 때문에 괜찮다"고 웃음 지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도 마스크와 식료품을 자체 조달하거나 후원받아 진화대원이나 이재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덕운 스님은 "이재민들이 최대한 잘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며 "진화대원들의 노력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성군 종합자원봉사센터 강금숙(69)씨도 "하루에 1∼2시간 자고 있고 정신도 없지만 산불 상황이 급박해서 몸이 힘든 것도 모르겠다"며 "산불 진화가 완료될 때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성체육관에는 통신 지원에 나선 KT와 SKT와 심리 상담을 지원하는 대한적십지사 등의 구호 손길도 잇따르고 있다.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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