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는 재판관들이 세부 쟁점, 특히 절차적인 쟁점에 대해 추가 검토 중일 것이라는 추정이 주로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이전에 헌재가 다뤘던 어떤 사건보다 절차적 쟁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치행위에 대한 사법심사 가능성, '내란죄 철회' 논란, 수사기관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채택, 국회 일사부재의 원칙 준수 여부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특히 수사기관 조서의 증거 채택 문제는 헌재 판단의 기초 재료가 되는 '사실관계 확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 헌재에서 상당수 질문에 증언을 거부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수사기관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 발언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과 김현태 707특임단장의 증언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두고 헌재가 고심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재판관들이 가급적 통일된 견해를 밝히려 노력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을 조율하느라 시간이 걸린다는 해석도 있다. 전원일치 결론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의견이 중구난방으로 나오지 않는 수준의 조율은 필요하다는 견해, 합의제 기관인 헌재의 특성을 고려해 조정하지 않고 여러 의견이 자연스럽게 결정문에 실리는 게 낫다는 견해가 법조계에선 엇갈린다.
이처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론을 내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고, 헌재를 둘러싼 여론 대립도 심화하면서 헌재는 쟁점이 비교적 단순한 다른 사건부터 먼저 선고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윤 대통령 사건 접수 직후 "탄핵심판 중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다른 재판보다 더 많이 변론하고 더 많은 헌법연구관을 투입해 최우선 심리를 했더라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판단이 마무리된 다른 사건 선고를 미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헌재는 지난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및 조상원·최재훈 검사의 탄핵심판을 선고했다. 오는 24일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한 총리 사건까지 선고하고 나면 헌재는 남은 쟁점들을 정리한 뒤 조만간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평결을 마치고 인용·기각 여부를 도출하더라도 부수적인 과제가 남는다. 선고일 발표 및 실제 선고 시점을 조정하는 문제다. 선고일 발표와 실제 선고 사이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지면 평결 결과에 대한 보안 유지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긴다. 그 때문에 선고 2∼3일 전 선고일을 발표하고 결정문에 서명하는 최종 평결은 선고 당일에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총리 사건 선고가 24일로 잡힌 만큼 윤 대통령 사건은 빨라도 26~28일에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선고가 늦어지면서 공교롭게 오는 26일로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항소심 판결과 일정이 겹칠 가능성도 생겼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모의고사도 같은 날 예정돼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일정이 헌재가 선고 일정을 정할 때 진지한 고려 대상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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