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뿌리는 공수표가 있다. “우리 성공하면 나중에 같은 건물 살자”, “언제 밥 한번 먹자” 등. 게임을 사랑하는 이라면, 함께 게임을 하는 친구에게 “우리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말을 건네봤을 법하다.
‘써니사이드업’은 남발되는 공약(空約)을 실현에 옮긴 팀이다. 박은현 대표, 조경래 프로그래밍 기획자, 정가람 아트 디렉터. 게임 애호가인 3인이 모여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과거 취미로 보드게임을 만들기도 했지만, 전원 게임 개발과 관련된 전문 교육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박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초기에는 “개발에 투자하는 것만큼 공부에도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그들이 처음 선보인 게임이 ‘숲속의 마녀’다. 2020년 7월 텀블벅 후원에 올린 프로젝트는 1억 3천만 원을 모금하고, 달성 목표 1,366%를 기록하며 유저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게임은 드디어 올여름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게임 개발 작업에 한창인 써니사이드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게이머의 시선으로 개발 역량 집중
‘숲속의 작은 마녀’는 유저가 판타지 세상에서 수습 마녀 엘리가 돼,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 게임이다. 게임 속에서 엘리는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고 재료를 채집하고 물약을 만들고 사람들을 돕는다. 시나리오, 탐험, 일상 콘텐츠들을 조화롭게 구성한 것이 게임의 특징이다.
첫 프로젝트인 만큼 시행착오가 잇따랐다. 박은현 대표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법인 설립 당시 열정과 용기만 있었던 것 같다”며, “창업도, 현재 프로젝트 규모의 게임 개발도 처음이어서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대처해야 할 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다만, 게이머의 시선에서 시작한 덕에 얻은 혜안도 있었다. 게임 개발 과정의 중점을 자연스레 플레이어의 경험과 가치에 뒀다. 개발진 각자가 어린 시절 사랑했고, 현재도 사랑하는 게임의 ‘즐거움’과 ‘재미’를 자신들의 게임을 통해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을 공유했다. 개발 단계에서도 게이머의 시선으로 콘텐츠 개발에 피드백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큰 강점이었다.
팀은 작은 규모의 스튜디오가 갖는 장점을 활용했다. 가벼운 몸집에서 얻은 유연성과 민첩성, 상대적으로 적은 의사소통 비용 덕에 아이디어를 충분히 연마할 수 있었다. 다른 요소들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게임의 특성상, 팀의 동반 성장과 투명한 의사소통 방식은 더욱 빛을 발했다.
올 하반기 출시 ‘해외서도 러브콜’
게임은 후원 모금 당시 21년 정식 출시를 예고했지만,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개발 단계에서 겪은 시행착오가 발목을 잡았다. 박 대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다. 어떤 사정이 있었든 개발 지연은 명백한 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팀은 한계를 인정하고 ‘빠르게‘ 개발하기보다 ‘제대로’ 개발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노파심에 말하자면, 상대적 관점이지 개발 속도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팀에게 ‘제대로’ 만드는 게임은 뭘까. 써니사이드업은 좋은 의미를 남기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 텀블벅 후원 당시 회사는 후원자가 디자인할 수 있는 ‘고양이’ 상품을 추가했다. 상품 선택의 이유를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함께 사는 고양이가 언젠가 수명이 다할 텐데, 게임에서라도 맘껏 뛰어놀았으면 한다”. 팀에겐 게임이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매체란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 계기였다.
다행히 현재 회사는 성장 동력을 지녔다. 얼리 억세스로 출시한 게임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회사 규모가 커졌다. 아트팀, 프로그래머팀, 기획팀, QA 팀이 구성됐다. 채용 인원이 10명을 넘기면서 작년에는 사무실도 이전했다. 회사 초기 부산시로부터 개발 공간과 개발비 지원을 받았던 과거와 비교할 때 괄목상대할 만한 성과다.
개발사가 총력을 기울이며 오랜 시간 다듬은 게임이 올여름 출시된다. 얼리 억세스 단계에서 중국과 미국에서 반응이 오는 등, 국외 반응도 고무적이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게임 개발 여정에 함께 해준 후원자에게 감사의 말을 돌렸다. “오랜 시간 기다리고 관심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과, 후원과 응원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기업 한눈에 보기
●회사명 : 써니사이드업
●대표자 : 박 은 현
●설립일 : 2020년 8월
●직원수 : 10명 이상
●주력사업 : 게임 제작
●대표작 : ‘숲속의 작은 마녀’
●위 치 : 부산 해운대구 센텀중앙로 97
체크리스트
●독창성 ★★★★☆
마녀라는 소재를 일상과 탐험이라는 요소와 자연스럽게 융합했다. 공들인 그래픽과 세심한 스토리텔링이 강점이다.
●팀워크 ★★★★☆
게임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모여 성장한 팀이다. 투명한 의사소통을 개발단계의 중요한 가치로 내세울 정도로 소통을 중시한다.
● 비전 ★★★★☆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어 글로벌 인디게임 개발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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