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포스트] 이숙희 기자 = 현대제철이 노사 갈등 장기화와 철강 업계의 위기 속에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철강 시장의 침체와 경영 악화로 인해 특단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제철은 14일 비상경영을 공식 선언하고, 전 임원의 급여를 20%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검토하고 있으며, 해외 출장 최소화 등 극한의 원가 절감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는 국내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포항 2공장의 가동을 축소하고, 포항공장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또한, 당진제철소 및 인천공장으로의 전환 배치를 신청받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의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면서, 후판과 열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도 진행 중이다. 철강업계를 둘러싼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5%의 철강 관세 부과를 전격 시행하면서 현대제철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65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경영 개선을 위해 노조와의 임금 협상을 진행해 왔다. 사측은 기본급의 450%와 1,000만 원을 포함한 1인당 평균 2,650만 원 수준의 성과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노조는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24일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냉연 공장의 핵심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 이는 1953년 창사 이후 첫 직장 폐쇄로 기록됐다. 이후 12일 사측이 직장 폐쇄를 해제하고, 13일 노조도 파업을 중단하면서 협상이 재개됐지만, 최종 교섭이 결렬되면서 노조는 13일 야간 근무부터 다시 파업을 시작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관리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14일 오후 현대제철 포항 1공장에서 20대 계약직 노동자가 10여 미터 아래 쇳물 찌꺼기를 받는 용기(포트) 안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 당시 피해자는 찌꺼기 제거 작업을 하던 중 균형을 잃고 떨어졌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노조는 사고 원인으로 사측의 안전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고소 작업을 할 경우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 피해자는 안전고리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현실적으로 안전고리 체결이 어려운 구조라며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비상경영을 선언한 가운데, 임금 협상과 구조조정, 안전 사고 문제가 얽히면서 노사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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