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일이 아직 공표되지 않은 가운데 탄핵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집회가 점점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왼쪽)과 광화문 앞에서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박세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아직 공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의 집회가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특히 탄핵심판 기관인 헌법재판소 앞과 광화문 일대, 여의도, 한남동 대통령 관저 등 주요 포인트는 하루도 빠짐없이 연일 집회가 열려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일대와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양측의 집회와 시위가 종일 열렸다. 이날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 지정이 공표될 것으로 예상된 날이었다. 따라서 탄책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에서 오전부터 대규모의 집회가 진행됐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시위 양상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이후 국회의 탄핵 절차와 직무정지, 구속 수감, 석방 등 3개월 이상 일련의 과정을 거쳤고 이제 탄핵 여부를 가리는 헌재의 판단만 남았다. 기자는 시위가 점차 격렬해지는 이유는 무엇이고 양측이 내세우는 주장은 어떤 내용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찬반 양측에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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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각하" "탄핵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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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일이 아직 공표되지 않은 가운데 탄핵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집회가 점점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민들이 헌번재판소를 향해 "탄핵 각하"를 외치며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박세희 기자
탄핵을 반대하는 측은 주로 헌법재판소 앞에 집결했다. 물론 광화문 일대에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이고 있지만 헌재 앞은 탄핵을 반대하는 측의 입장에서는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잡았다.
기자가 집회가 이루어지는 헌법재판소 앞에 다다르자 "탄핵 각하"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북촌 골목에서부터 헌법재판소까지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거나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일이 아직 공표되지 않은 가운데 탄핵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집회가 점점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현수막을 들고 북촌 골목에서부터 헌법재판소까지 행진하는 모습. /사진=박세희 기자
현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김모씨(서울 강서구)는 "20대 여성들도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계몽령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탄핵이 각하되서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오후 안국역 사거리에서부터 헌법재판소까지 이어진 경찰의 차 벽들 사이에서 경찰관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사진=박세희 기자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국역 사거리에서부터 헌재 앞 거리까지 길게 이어진 경찰 버스 '차벽'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경찰 기동대들은 헌재 양옆 도로를 차 벽으로 가로막고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했다.
경찰의 이동 통제와 더불어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뒤엉켜 쉽게 빠져나가기 어려웠다. 특히 헌재 앞은 아예 접근할 수 없도록 바리케이드와 차벽으로 막혀 통행 자체가 불가능했다.
헌재 인근 도로변에서 작은 액세서리 샵을 운영하는 30대 여성 정모씨는 "가게 앞 인도가 원래도 좁은 데다가 차 벽과 시위하는 사람들로 꽉 막혀 일반 손님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기 어렵다"며 "매일 시위로 인해 동네 전체가 소음에 뒤덮여 있어 스트레스도 받고 장사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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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성" 외치며 서명운동·릴레이 연설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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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광화문 서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시민들이 공연을 하며 연대하고 있다. /사진=박세희 기자
탄핵 찬성을 외치는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장소는 광화문 광장 일대다. 탄핵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이 주로 자리잡고 있는 헌재 앞에서 1㎞ 남짓 떨어진 거리다. 성인 남성이라면 20분 이내에 도보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찬반 양측이 대규모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서명 운동을 벌이거나 릴레이 연설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한끼 단식' 행동에 동참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리본을 매다는 방식으로 탄핵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공유하기도 했다.
19일 오후 광화문 서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한 끼 단식 행사에 참여하며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세희 기자
'한끼 단식' 행사에 참여한 40대 남성 김모씨(경기 김포시)는 "헌재가 빨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러지 않고 있어서 답답한 마음에 집회에라도 참여하고자 광화문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서명도 했는데 오늘 밤까지 다양한 행사와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여기 남아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광화문 서십자각 앞에 설치된 부스들의 모습. 시민들은 부스에서 다른 집회 참가자들에게 물, 핫팩, 간식 등을 나눠줬다. /사진=박세희 기자
집회가 예정된 지난 19일 저녁 7시에 다다르자 광화문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광화문 앞으로 모였다. 자원봉사자들은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에게 플래카드와 핫팩을 나눠줬고 시민들은 큰 깃발을 들거나 응원봉을 흔들며 집회를 이어갔다. 연단에 올라 탄핵에 찬성하는 연설을 하거나 도로변에 길게 늘어진 부스들에서는 꽈배기나 스프 등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지난 19일 저녁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시위에 시민들이 깃발과 응원봉을 흔들며 참여하고 있다. /사진=박세희 기자
집회에 참석한 30대 여성 최모씨(서울 동대문구)는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이후부터 탄핵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며 "오늘 헌재에서 탄핵 선고 기일 지정을 하지 않아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반드시 탄핵돼 계엄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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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알 수 없는 탄핵선고일… 찬반 진영 대치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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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앞과 광화문 일대에 모인 사람들의 주장은 확연히 다르다. 단순히 집회 참가자 숫자만으로 여론을 가늠할 수 없지만 양측 모두 적지 않은 인원이 참석해 자신들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주장하는 바와 추구하는 바는 다르지만 공통적인 의견도 있다. 기각이냐 인용이냐의 여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하루 빨리 탄핵선고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점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은 양 진영으로 갈려 극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탄핵선고와 그에 따른 결과를 승복하고 이전의 일상을 빠르게 되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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