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방산 산업에 몰두하고 있는 미국이 한국을 콕 집어 군함 5~6척 MRO 사업을 맡아달라고 밝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한국에 MRO를 맡기려고 의뢰한 군함은 고성능 첨단 장비로 가득한 '해양조사선'과 '해양감시선' 등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한국 조선소에서 수주한 미 해군 MRO 사업의 경우, 전투함이 아니라 루이스 앤드 클라크급 화물선 월리 쉬라와 헨리 J. 카이저급 급유함 유콘 2척이었다. 이는 미 해군에서 군수 지원을 담당하는 군함으로, 연료나 화물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번에 미 해군부에서 한국에 맡기려는 군함은 첨단 감시정찰 장비를 갖춘 고가치 자산이다. 해당 함종은 해저 지형과 수로 조사, 해류 움직임, 수중 생태계 등을 조사하기 위해 첨단 음파탐지기, 심해 잠수용 로봇 등을 탑재하고 있다.
해군에서 각 함대가 특수전, 기뢰전, 대잠전, 감시정찰 작전을 펼칠 때 해양 환경 정보를 수집, 분석하기 위해 사용되는 고성능 군함 장비인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감시선이기에 당연히 높은 보안 등급이 적용돼 철저하게 운용되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기존의 군수지원함과 달리 보안 등급이 높은 군함의 정비를 한국에 맡긴다는 얘기는 미국이 한국과의 함정 사업 협력 범위를 지금보다 훨씬 넓히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정우만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우리는 세계 1위 조선 기업이다. MRO 등 미국과의 조선 협력에 있어서 HD현대중공업은 가장 큰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성능, 비용, 납기 등 미 해군에서 요구하는 핵심 사항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 군함 MRO 넘어 '제작'까지 가능할까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세계 최강 미 해군의 군함을 직접 제작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날 20일 한화오션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미 해군 군함을 건조하기 위해 FCL(시설보안인증) 취득 절차를 밟고 있다"라는 소식을 전했다. FCL이란 미 국방부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필수 자격으로 미 해군 군함을 건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다.
지난달 초 미국 공화당 마이크 리 의원은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에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나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서도 미 해군 군함 건조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내용을 담았다.
만약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약 1조750억달러(약 1533조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오는 2054년까지 해군의 함정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추산되는 예산이다.
우리나라에서 특수선 제작 자격이 있는 조선사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으로, 국내 조선소에서도 미 군함 제작이 가능하다면 따로 FCL 취득을 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조선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 한화오션 4조7000억원, HD현대중공업 4조3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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