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신태용 감독 대신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선택한 인도네시아가 처참한 패배를 맛봤다.
20일 오후 6시 10분(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 7차전을 치른 인도네시아가 호주에 1-5 참패를 당했다. 인도네시아는 승점 6점으로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중국과 모두 동률이지만 득실차에서 크게 손해를 보며 플레이오프 진출도 못하는 5위로 밀려났다.
이날 인도네시아는 3-5-2 전형으로 나섰다. 올레 로메니와 라파엘 스트라위크가 투톱으로 출격했고 마르셀리노 페르디난, 네이션 쵸어온, 톰 헤이가 미드필더진을 이뤘다. 딘 제임스와 케빈 딕스가 윙백에 위치하고 칼빈 페르동크, 제이 이즈스, 메이스 힐허르스가 수비라인을 구축했으며 마르턴 파스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경기에서 선발진에 귀화 선수를 10명이나 기용했다. 마르셀리노 페르디난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귀화 선수다. 이 중 로메니와 제임스는 3월 A매치를 앞두고 귀화돼 아직까지 기존 팀과 호흡을 맞추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인도네시아는 경기 초반 호주를 압도했다. 인도네시아는 전반 5분 프리킥 상황에서 이즈스가 날카로운 헤더로 골키퍼를 위협했고, 전반 6분에는 스트라위크가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나 딕스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왔다. 전반 10분까지는 인도네시아가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이후 인도네시아는 호주의 효율적인 공격에 침몰했다. 전반 18분 인도네시아가 페널티킥을 내줬고, 호주의 마틴 보일이 선제골을 기록했다. 2분 뒤에는 하프라인 부근에서 환상적인 아웃프런트 로빙패스를 받아 니샨 벨루필라이가 1대1 기회를 맞았고, 골키퍼 키를 넘기는 깔끔한 슈팅으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전반 34분에는 루이스 밀러와 2대1 패스를 한 잭슨 어바인의 슈팅을 파스가 막아냈으나, 어바인이 세컨볼을 침착하게 골문으로 밀어넣으며 점수 차를 크게 벌렸다.
후반에도 큰 반전은 없었다. 인도네시아는 후반 시작과 함께 스트라위크와 엘리아노 라인더르스를 교체했고, 후반 15분에는 부상당한 힐허르스 대신 샌디 월시를 투입했다. 그러나 호주는 후반 16분 코너킥 상황에서 밀러의 다이빙 헤더로 다시 한번 골망을 흔들었다. 게다가 월시조차 수비 경합 과정에서 다치며 들것에 실려나가 리즈키 리도와 교체되는 불운까지 겪었다.
그래도 인도네시아는 후반 33분 딕스의 로빙패스가 짧았음에도 로메니가 먼저 발을 갖다대 수비를 벗겨낸 뒤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매튜 라이언 골키퍼를 넘어 골망을 가르며 영패를 면했다. 후반 34분 페르디난과 쵸어온을 빼고 라마단 사난타와 이바르 제너룰 넣었다. 이후 한동안 공격을 주고받다가 후반 45분 코너킥 상황에서 어바인의 타점 높은 헤더에 실점하며 마지막까지 실점에 울며 1-5 대패를 당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지난 1월 신 감독을 경질했다. 신 감독은 2020년 1월 인도네시아에 부임해 5년 동안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맡아 인도네시아 축구를 차근차근 발전시켰다. 2020 동남아시아축구연맹 스즈키컵(현 미쓰비시 일렉트릭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저력을 발휘했다. 이후에도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사상 최초 16강 진출, 인도네시아 축구 첫 월드컵 3차 예선 진출 등 훌륭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최근 2024 미쓰비시 일렉트릭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맛본 뒤 인도네시아와 결별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신 감독 대신 클라위버르트를 감독으로 내세웠다. 클라위버르트는 선수 시절 네덜란드를 호령한 스타 중 한 명이었으나 감독으로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애초에 1군 감독 경력이 퀴라소 대표팀 1년, 아다마데미스포르 반 시즌뿐이다. 감독 역량보다 네덜란드 귀화 선수가 많은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이끌 만한 명성을 갖춘, 그러면서도 인도네시아축구협회의 영향력을 발휘할 감독을 선임한 셈이다.
클라위버르트 감독 선임 이후에도 적극적인 귀화 정책을 이어갔다. 3월 A매치 직전에만 제임스, 에밀 아우데로, 조이 펠루페시 등 3명이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이번 대표팀에는 총 19명의 귀화 선수가 부름을 받았다. 월드컵 3차 예선 진출을 넘어 본선 진출권 획득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데뷔전에서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일부 공격 시퀀스에서는 기대할 만한 부분 전술이 나오기도 했지만, 여러모로 신 감독이 그리워지는 경기력이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인도네시아축구협회 인스타그램,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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