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가능성에 與 '집권당 면모 부각' 野 '차기 정부선 부담'
여야, 구조개혁으로 동력 이어갈까…자동조정장치 등 난제 산적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곽민서 기자 = 역대 정부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국민연금 개혁이 20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여야가 합의한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이 이날 여야 원내대표의 담판을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2007년 이후 18년 만의 국민연금법 개정이자, 국민연금 도입 후 세 번째 개혁이다.
윤 대통령이 국정 과제로 내세웠던 '4대 개혁' 중 하나인 연금 개혁이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1대 국회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려 2022년 10월부터 1년 7개월 동안 활동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빈손으로 임기를 마쳤다.
국민의힘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안을 최종 협상안으로 제시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5% 이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소득대체율 44% 절충안을 수용하면서 '21대 국회 모수개혁·22대 국회 구조개혁'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구조개혁을 두고 재차 의견이 갈리면서 결국 연금 개혁 논의는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연금개혁은 한동안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이처럼 평행선을 달렸던 연금 개혁은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급물살을 탔다. 민주당이 지난 14일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결국 여야가 전격 합의한 배경에는 '포스트 탄핵 정국'에 대한 각자의 셈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선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에 대비,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연금 개혁을 이뤄냈다는 점을 부각해 '책임 있는 집권당' 면모를 내세우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내에서는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18년 만에 이룬 연금 개혁을 고리로 야당의 '실패한 정부' 공세에 반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미래 세대에 희망을 드리겠다는 우리 정부·여당의 연금개혁 기조와 다소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청년과 미래세대에 송구한 마음이지만, 우리가 협상하지 않으면 거대 야당이 단독으로 더 심한 연금개악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 역시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연금 개혁에 속도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연금 개혁 논의가 장기화할 경우 21대 국회부터 이어진 '빈손 국회'라는 비판과 함께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고,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연금 개혁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야권의 대표적 대권 주자인 이재명 대표 역시 연금 개혁과 관련해 '유연하게 협상해 보라'고 주문하는 등, 개혁을 서둘러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논의가 있었던 만큼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위해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결단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수개혁을 이뤄낸 국회가 연금 구조개혁으로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인구 변화에 따라 수급액을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 등 구조개혁의 쟁점을 놓고 여야의 이견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는 구조개혁과 연계하지 않은 모수개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다. 따라서 모수개혁만으로는 연금 재정 안정에 부족한 만큼,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의 구조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야당은 자동조정장치에 대해 연금이 삭감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 강경하다. 당초 주장했던 소득대체율보다 후퇴한 개혁안을 받아들인 만큼, 추가로 노후 소득 보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 야당 의원의 주장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정년 연장과 세대별 보험료 차등 문제 등도 향후 연금개혁특위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민주당 소속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아쉽고 부족한 결과라는 건 알지만, 국민의 뜻인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을 이제 겨우 시작한 것"이라고 적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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