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 안팎에선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출입은행) 은행장의 방만 경영 논란이 일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윤 행장 취임이후 부채 규모가 1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수준까지 치솟은 가운데 해외 법인에서도 8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면서 국부유출 논란에 까지 휩싸인 탓이다. 특히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자체 감사 결과 내부 관리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윤 행장은 관리 부실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尹행장 취임 이후 회사부채 100조원 훌쩍…재무건전성 빨간불 켜진 국책 수출입은행
윤 행장은 휘문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하고 1988년 수출입은행에 입사해 은행업계와 처음 연을 맺었다. 정책금융부터 국제금융까지 수출입은행 한 곳에서만 다양한 분서를 경험한 정통 '수은맨'이다. 홍보실장, 국제금융부장, 자금시장단장, 혁신성장금융본부장 등을 거쳐 2022년 7월 내부출신으론 최초로 수출입은행 은행장에 내정됐다. 임기는 오는 7월까지다.
윤 행장은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과도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행장이 과거 약 2년여 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고시 준비를 했다는 것은 익히 유명한 사실이다. 이를 방증하듯 윤 행장 또한 취임 직후 줄곧 현 정부 정책에 힘을 싣는 행보를 보여왔다. 원자력 발전과 방위산업 관련 수주를 위한 정책금융 지원 강화를 1순위 과제로 꼽은 게 대표적 사례다. 수출입은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탄탄한 이력과 배경을 동시에 지닌 윤 행장의 화려한 명성에 빛이 바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아 주목된다. 윤 행장을 둘러싼 방만 경영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어서다. 윤 행장 취임 이후 수출입은행은 부채 규모가 크게 늘었고 그 여파로 금융 비용도 눈덩이처럼 커지는 등 재무건정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3년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부채 총계는 108조4455억원으로 전년 대비 8067억원 늘어났다. 2021년 80조원을 상회하던 수출입은행의 부채 총계는 지난 2022년 불과 1년 만에 전년 대비 23% 넘게 급등하며 100조원을 돌파했다. 부채비율은 약 600%까지 치솟았으며 차입금 의존도 또한 부쩍 커졌다. 2021년 50%가 채 되지 않았던 차입금 의존도는 2022년 58.08%를 거쳐 2023년에는 어느새 60%를 돌파했다. 통상 은행의 차입금의존도가 30%만 넘어도 건전성 우려가 지적되는데 수출입은행은 두 배인 60%를 상회하는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 해외법인 투자 실패로 국부유출 논란…현지 법인 내부 관리·감독도 미흡
윤 행장은 당초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해외 사업에서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베트남법인의 실적 악화에 따른 '국부 유출' 논란과 더불어 법인 내부 관리·감독 미흡으로 인한 관리 부실 책임론에 휩싸였다. 수출입은행의 베트남 현지 법인인 베트남리스법인(KEXIM VLC)은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996년 설립한 리스 금융사다. 호찌민에 본점 법인을 두고 있으며 수도 하노이에는 출장소를 운영 중이다.
2023년 6월 베트남 법인 산하 하노이 출장소 개소식 당시 행사 참여를 위해 직접 베트남을 방문할 정도로 윤 행장은 베트남 현지 사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그러나 윤 행장의 각별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취임 1년 만에 베트남 법인은 적자 전환하며 수출입은행 전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3년 베트남 법인의 총 포괄손실액은 9억9000만원으로 약 74억원의 흑자를 냈던 전년에 비해 80억 넘게 순익이 감소하며 적자 전환했다.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지 불과 2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베트남이 국내 다수 기업들의 해외 사업 핵심 거점국가라는 점에서 베트남 법인의 적자가 뼈아프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 국가로 지난해 10월 베트남 기획투자부(MPI)에 따르면 약 1만개 이상의 한국기업들이 베트남 현지 진출해 있다.
윤 행장은 과거 국내에서도 내부통제 부실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2023년 6월 금감원은 수출입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통해 경영유의사항 16건, 개선사항 20건 등의 지적 사항을 내놨다. 윤 행장이 주관하거나 참석하는 내부통제 점검 회의체가 없었고 준법감시인의 내부통제 관련 보고 내용도 부실하다는 게 당시 금감원 지적사항의 핵심 내용이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공공기관인 국책은행이 해외에서 적자를 낼 경우 국민 세금이 헛되이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적자를 낸 해외법인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재발 확률을 줄여야 하지만,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상황이 계속된다면 폐업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수익성 악화는 사업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내부 관리 부실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며 "공공기관의 사명감을 토대로 더 체계적인 내부통제 관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책은행의 재원은 순전히 국민들의 세금이기 때문에 적자를 내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더욱이 해외사업의 적자 확대는 국부를 낭비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책은행의 방만경영에 대한 지적은 적자를 기록해도 경영진들에 대한 책임을 크게 묻지 않는 그들만의 문화에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2022년부터 부채총계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시기가 지나면서 정책성 자금과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액수가 늘어나 부득이하게 부채가 발생했다"며 "또 당시 환율도 많이 올라 여러가지 사유들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베트남 현지법인 적자 전환에 대해서는 "베트남리스법인으로부터 확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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