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 제약사들의 '합종연횡'이 주목되고 있다. 관련 시장에서 사업 경쟁력을 마련하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모색하려는 복안이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기존의 대형 제약사들과 글로벌 업체간 인수합병(M&A)와 달리 업체간 지분 확보 등으로 신사업 추진 등 새로운 수익처를 발굴하려는 게 중소제약사간 합종연횡의 특징이다. 이른바 중소제약사들이 '한국형M&A'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게 업계 일각의 관측이다.
최근 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바이오헬스산업 브리프 432호'에 따르면 2020년 이후 5년간 성사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M&A는 48건으로 집계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대형 업체간 M&A의 경우 '흡수 합병'이 70% 이상 추진된 것이 '글로벌M&A' 방식이라면, '한국형M&A' 대부분은 '지분 인수'가 87.5% 이상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M&A를 추진하는 제약 업체 대부분 연 매출 2000억원 이하 중소기업이다. M&A 투자금이 1000억 미만으로 전체 48건 중 34건으로 79%를 차지했다.
이같은 형태의 중소제약사간 합종연횡은 최근에도 여러 건이 이어지고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의 경우 최근 미용·성형시장 확대를 위해 아름메딕스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며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동구바이오제약은 아름메딕스의 경영에 참여하면서 자사 영업망을 활용해 미용·성형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필러 전문가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아름메딕스는 필러 제조 공정에서 차별화된 'MIRACLE 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 공법은 1세대 필러의 단점을 극복한 차세대 필러 제조 기술로 고탄성·고응집력의 듀얼-페이 필러를 구현할 수 있다.
동구바이오제약 관계자는 "아름메딕스와 협력해 필러 및 재생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현재 추진하는 글로벌 사업과 시너지를 발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신라젠 역시 수액 전문 우성제약을 인수를 추진 중이다. 신라젠은 우성제약 통해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확보하고 신약 출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우성제약은 수액을 전문으로 개발 판매하는 기업으로 취급 품목은 많지 않지만 필수 의약품 위주의 알짜 회사다. 일반 의원 대상보다는 주로 3차대형 병원에 영업하는 형태로 유통 구조가 복잡하지 않기에 채권 회수도 매우 빠른 편이다.
또한 신라젠은 국내 주요 3차 병원과 임상을 진행한 곳이 많기 때문에 대형병원 사정에 정통하며 우성제약은 신라젠의 연기 기술력을 통해 현재 연구개발 중인 개량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우성제약 인수는 단순히 매출 확보 차원을 넘어 연구개발과 완제품 판매를 모두 아우르는 토탈 제약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웰빙은 400억원을 투자해 보툴리눔 톡신 기업 이니바이오의 지분 21.35%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니바이오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이니보'를 보유한 기업으로 GC녹십자는 이를 통해 톡신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니바이오는 지난 2017년 설립된 바이오 의약품 회사다. 특허받은 순도 100%의 제품 생산 기술력,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청(EMA) 등에서 승인할 수 있는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을 갖춘 생산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니바이오의 보툴리눔 톡신 '이니보'는 스웨덴의 미생물 분양 기관이자 균주 은행인 CCUG에서 도입해 균주 출처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GC녹십자웰빙 관계자는 "중국, 페루, 브라질, 태국, 코스타리카, 쿠웨이트, 대만 등 7개 국가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며 "중국에서는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3상 완료 후 상반기 신약승인신청(NDA)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HLB그룹이 국내 유일의 펩타이드 제조 GMP(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인증 공장을 보유한 애니젠을 인수했다. HLB그룹 계열사 7곳이 15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한다.
애니젠은 기존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 기반 비만 치료제 대비 약효와 약동학(PK)을 개선한 신규 GLP-1 비만 치료제 개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로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인 HLB제약과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인수를 통해 애니젠의 펩타이드 기술이 PDC(펩타이드-약물 접합체) 기반 항암제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HLB그룹 관계자는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강화를 통한 안정적 매출 확대와 함께, 비만·당뇨 치료제뿐만 아니라 항암제, 항생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임상을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관계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해 국내외 M&A 거래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며 "국내에서도 성공적인 M&A 노하우가 축적·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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