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안다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났다. 최근 재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며 경제 정책 행보를 나서고 있다. 중도층 공략과 실용주의 노선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를 방문해 이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 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 산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삼성이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잘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경쟁이 격화된 세상에서 대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며 “삼성이 현재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생태계가 새롭게 만들어지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과실을 누리면서 새로운 세상을 확실하게 열어가기를 기대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만들어주는 것인데, 요즘은 우리가 살아왔던 시대와 달라 청년들이 기회를 찾기가 어려운 것 같다”면서 “청년들에 대한 이런 각별한 배려를 해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회장은 “SSAFY는 ‘사회와의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미래와 청년들을 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끌고 왔다”며 “대한민국과 인공지능(AI)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년들도 오늘 방문을 감사하게 느끼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이날 SSAFY 교육생들과 만나 “모든 국민이 AI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삼성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사실 이런 부분은 공공 영역에서도 일부 감당했어야 하는데 잘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정부가 직접 투자에 뛰어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공공 영역에서도 모범적인 투자를 안정성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이 잘해주고 있긴 하지만, 하나의 대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도 많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 청년 세대는 일자리가 없고, 기업은 인재가 없다고 한다. 미스매치가 너무 심하다”며 “인재 양성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해 이 간극을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해서는 “연구 개발 기회와 비용을 공공이 최대한 많이 담보해 주면서 책임져야 한다”며 “이는 단순한 연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의 삶을 통째로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므로 스타트업이든 벤처 투자든 공공이 상당 부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법·상법 개정 논의 안 해
두 사람은 회동에서 ‘청년 일자리’를 비롯해 정부 지원과 기업 투자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등 잇따른 압박에 대한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다만,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이어지는 반도체 특별법과 최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앞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반도체 특별법이나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 회장은 최소 잔여형(LSD) 주사기 공정을 통해 중소기업을 도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던 것이 가장 큰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며 “이 대표는 그 사례가 삼성 같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좋은 모델이라고 평가하며, 그런 역할을 많이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일본과 우리를 비교했을 때 공공 외교에서 많이 부족하다며, 기업과 정부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에는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과 민생경제간담회를 갖고 상법 개정안 등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앞서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 등도 잇달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지난달엔 현대차 아산공장을 방문해 국내 생산과 고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오는 22일에는 세계적인 석학이자 ‘사피엔스’ 저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와 인공지능(AI) 발전과 인류의 대응을 주제로 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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