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은 어떻게 영국서 주류 문화로 자리 잡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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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은 어떻게 영국서 주류 문화로 자리 잡게 됐나

BBC News 코리아 2025-03-20 14:02: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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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그룹 에스파
BBC
'에스파'는 최근 웸블리 아레나 공연 티켓을 매진시켰으며, 6월에는 트위크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SM타운 콘서트 무대에 설 예정이다

6년 전 앰버 클레어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4인조 보이그룹 '원디렉션(One Direction)'의 열렬한 팬이었다.

트위터에서 멤버들의 솔로 활동에 대한 정보를 찾던 중 'Itzy(있지)의 곡 Icy를 들어보라'라는 댓글을 보게 되었다.

호기심에 링크를 클릭했고, 그날 이후 클레어의 삶이 바뀌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K팝을 들어본 적이 없었으나, 즉시 팬이 된" 것이다.

"그리고 현재, Itzy 덕분에 저는 지금 이 직업도 갖게 되었죠."

현재 클레어는 영국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한국 대중음악 전문 매장인 'K-Stars'의 마케팅 및 SNS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에 본사를 둔 이 매장은 2019년 맨체스터의 애플릭스 팔라스 실내 시장에서 소규모로 시작했다.

"고객들이 페이팔로 물건을 주문하면 CEO가 직접 포장해서 배송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맨체스터의 주요 도로인 딘스게이트가에 자리한 2층 규모의 매장으로 성장했으며, 직원들도 20명 이상이다. 이들 모두 K팝 팬을 자청한다.

이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는 BTS(방탄소년단), aespa(에스파), BLACKPINK(블랙핑크) 같은 초대형 스타들만 대부분 조명하고 있음에도 영국에서 K팝이라는 장르가 어떻게 폭발적으로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클레어는 "아직까지는 틈새시장이지만 절대 작은 틈새시장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저는 제가 (영국 내) 유일한 Itzy 팬이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콘서트에 갔더니 매진이었습니다."

"그때 '와, 다들 어디 숨어 있었나' 싶었습니다."

지난해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 톱5에 보이그룹 'ATEEZ(에이티즈)'가 두 개의 기록을 남기는 등 실제로 영국은 현재 스포티파이에서 K팝을 가장 많이 듣는 10개국 중 하나다.

올여름에는 '블랙핑크'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2일간 공연을,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도 토트넘에서 2일간 공연할 전망이다.

케이팝 그룹 'ITZY'
Getty Images
K팝 스타들은 다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룹 '있지(ITZY)'는 2019년 데뷔 이후 80곡을 발표했다

한편 트위크넘 스타디움에서는 케이팝의 가장 오래된 축제 중 하나인 'SM타운 라이브'가 열릴 전망이다.

2008년에 시작된 SM타운 라이브 콘서트는 해당 업계의 주요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특별히 서울이 아닌 잉글랜드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트위크넘 스타디움에 아티스트로 이름을 올린 보이그룹 'DearALICE(디어 앨리스)'의 멤버 리스 카터는 "서너 시간 동안 많은 아티스트가 한 공간에 모여 공연을 펼치기에 여러 날 걸쳐 할 축제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쉼 없이 이어집니다. 분명 춤을 추고 싶어질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세요."

그룹 'WayV'의 멤버 텐은 "매우 진솔하면서도 여러분의 마음에 바로 와닿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을 겨냥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한국의 음악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연예기획사이다. 1995년 이수만 회장이 설립한 이 기업은 K팝의 틀을 확립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어린 인재들을 모아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집중적인 훈련을 시킨 뒤 '데뷔'시키는 연습생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기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H.O.T., S.E.S. 같은 그룹을 탄생시키며 소위 K팝 '1세대'를 지배했다.

트위크넘에서는 레드벨벳, EXO(엑소), 소녀시대부터 현재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에스파, 라이즈(RIIZE), 20명이 넘는 멤버 수를 자랑하는 보이그룹 NCT의 모든 하위 그룹까지 모두 무대에 올라 지난 30년의 역사에 경의를 표할 예정이다.

그룹 내에서도 인지도가 높고 (또 가장 이야기를 잘하는) 텐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했다.

"NCT 전체가 마지막으로 콘서트를 한 것도 2년 전이었습니다. 모든 그룹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이번 SM타운 콘서트에서는 "유망한 연습생 그룹"이라 불리는 'SMTR25'도 무대에 올라 기업의 미래를 선보일 예정이다.

에스파 멤버들은 BBC에 이메일을 통해 "연습생 시절부터 존경한 선배 아티스트는 물론, 재능 있는 후배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공연은 우리에게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K팝이 여러 성과를 거두고 있긴 하나, 보통 K팝 그룹들은 유럽보다는 미국을 우선시해왔기에 이러한 공연이 유럽에서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리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실 논리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음악 시장이기에 투어와 상품 판매 등에서 기회가 더 많다. 영국의 '브릿 어워드'보다는 미국의 'MTV 어워드' 혹은 'NPR 타이니 데스크 시리즈' 콘서트 출연이 국제적으로 더 파급 효과가 크다.

클레어 또한 "이곳 영국 내 상황은 미국 업계에 비해 좋지 않다"고 인정했다.

"모든 K팝 그룹이 월드 투어 시 미국은 언제나 방문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항상 포함될지 여부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도 바뀌고 있다.

경쟁자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K팝 기업들은 점점 더 영국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영국의 영어권 미디어는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Take That(테이크 댓), Spice Girls(스파이스 걸스), Girls Aloud (걸스 얼라우드), Little Mix(리틀 믹스) 등 이미 보이그룹, 걸그룹에 대한 깊은 애정이 증명된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K팝 아티스트들은 영국에 진출하고자 영국 내 유명 아티스트들과 협업하고 있다.

에스파의 2023년 싱글 'Better Things'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레이(Raye)가 공동 작곡했으며, 또 다른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은 곡 'Crazy'를 위해 싱어송라이터 핑크팬서리스(PinkPantheress)와, 최신곡 'Come Over' 를 위해 밴드 'Jungle(정글)'과 협업했다.

그리고 지난 해, SM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아예 K팝식으로 영국 보이그룹을 제작한 것이다. 그 결과 탄생한 그룹이 바로 BBC '메이드 인 코리아' 시리즈를 통해 혹독한 연습생 과정을 보여준 'DearALICE(디어 앨리스)'이다.

끝까지 살아남아 그룹을 결성한 이 5인방은 마침내 올해 1월 서울에서 열린 SM타운 콘서트에서 데뷔 싱글 'Ariana'를 선보였다.

멤버 블레이즈 눈은 "이러한 공연은 초 단위로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서 "우리가 무대에 올라갈 시간은 정말 말 그대로 8시 30분 48초였다. 얼마나 세심히 계획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이 런던에서 열린다는 것만으로도 SM이 얼마나 영국을 주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우리 영국은 정말 훌륭한 보이그룹을 여럿 배출했습니다. 그래서 전 문화적으로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SM이 이곳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어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매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한편 다음 주 새 솔로 앨범 'Stunner'를 발매하는 텐은 영국 팬들의 열정을 이미 경험했다고 했다.

지난 2023년 자신이 속한 그룹 WayV가 잉글랜드를 방문했을 당시 "중국어로 노래를 부르는데도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것이다.

"SM타운과의 이번 기회를 통해 영국에서 더 큰 K팝 시장이 열릴 것 같습니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저도 이곳에 와서 영국 팬들에게 제 솔로 무대를 선보이고 싶으니까요."

그룹 'DearALICE'
BBC
'DearALICE(디어 앨리스)'는 케이팝 연예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가 론칭에 참여한 최초의 영국 팝그룹이다

기회는 분명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10개 중 9개가 한국 아티스트의 앨범이었으며, 이는 K팝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인기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이 앨범 중 그 어느 것도 영국의 탑50 차트에는 들지 못했다.

라디오 노출 부족이 이유일 수 있으나, 청취자들이 영어 가사나 K팝 특유의 갑작스럽지만 의도적인 스타일 변화에 부담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K팝을 더 파고들 준비가 되었다면 가장 과감하고 인상 깊은 매력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K팝의 부산물 중 (상대적인) 알려지지 않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팬들 사이의 연대감이다. 나름대로 자신만의 '최애'를 발견하고 애정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매일 같이 멤버들이 SNS에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댄스 챌린지, 영상 일기, 사진과 같은 콘텐츠를 통해 더욱 단단해진다.

'디어 앨리스' 멤버들 또한 지난 주말 영국에서 열린 팬 미팅에서 이러한 노력의 효과를 직접 느꼈다고 한다.

멤버 덱스터 그린우드는 "마치 친구들과 어울리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멤버 제임스 샤프 또한 "정말 멋진 사람들이었다"면서 "우리는 이 여정을 통해 (팬들의) 얼굴을 알아보고 기억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멤버들은 오는 6월 트위크넘에서 공연할 때쯤에는 더 많은 새로운 음악을 선보일 수 있으리라고 약속했다.

그동안 소속사 가족들에게 영국의 멋진 문화를 소개하고도 싶다고 했다.

블레이즈는 "SM 가족을 위해 'Greggs(영국의 빵집 체인 업체)' 상품을 잔뜩 주문해 둘 것"이라고 했다.

"소시지 롤로 만찬을 열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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