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 여부를 당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인 19일 오후 9시에 열린 비상 의원총회서 2시간 넘게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최 권한대행 대응 문제는 최종적으로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며 “지도부 회의를 거쳐봐야 알겠지만 빠른 시일 안에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당초 비상 의총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데 대해 날을 세우며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민주당은 20일을 마 후보자 임명 시한으로 못 박고 ‘최후통첩’을 날린 상태다.
지난 19일, 박찬대 원내대표는 “참을 만큼 참았다”고 강조했고, 전현희 최고위원도 “오늘이 마지막 경고”라고 으름장을 놨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다그쳤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소재의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서 최 권한대행을 겨냥해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 누구나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몸조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강경 기류에도 민주당이 막상 최 권한대행 탄핵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것은 당내 신중론을 내세우는 분위기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의 일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뿐더러, 연이은 탄핵 추진이 불러올 부정적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반영되지 않았냐는 것이다.
실제로 헌재는 전날 일과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공지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탄핵 선고기일이 사실상 다음 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입장에선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헌재의 선고가 늦어지는 데다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가 다가오면서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선거일 이전에 ‘위증교사 혐의’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오는 26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만약 2심서 원심이 유지될 경우, 대권 가도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연이은 탄핵 추진이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키면서 국민적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민주당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권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서 권한대행까지 탄핵을 추진하면 ‘탄핵의 일상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국민 여론이 오히려 보수층 결집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탄핵 추진 과정서 여론의 역풍을 맞은 사례도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전신)과 새천년민주당이 탄핵을 주도했으나, 되레 국민적 반발에 부딪쳐 결국 인용 3, 기각 5, 각하 1 결론으로 기각돼 재신임받았던 바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기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헌재는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해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을 모두 기각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마저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민주당은 탄핵 당위성에 대한 책임론은 물론, ‘국정 발목잡기’ 프레임 또한 더욱 견고해질 공산이 크다.
최종적인 탄핵 강행 여부는 당 지도부의 판단에 달렸다. 다만, 탄핵이 실제로 추진되더라도 국회 본회의 통과가 보장돼있는 것도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가 관계자는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탄핵 정국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국민적 공감대 없이 탄핵만 남발하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아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탄핵은 헌정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며 “무리한 탄핵 추진이 오히려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지도부가 신중히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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