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민감국가’ 지정...“트럼프 협상 카드 활용 우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美, 한국 ‘민감국가’ 지정...“트럼프 협상 카드 활용 우려”

투데이신문 2025-03-20 11:00:00 신고

3줄요약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회의실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 체결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뉴시스]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회의실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 체결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뉴시스]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SCL)로 지정하면서 연구개발(R&D) 협력과 첨단산업 분야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기술 협력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트럼프 정부가 이를 관세 협상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해 “기술 협력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민감국가 지정이 연구·협력 과정에서 불필요한 제약을 초래하고, 미국 정부가 이를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 당시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미국 측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해당 조치는 오는 4월 15일부터 시행된다.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은 국가안보, 핵 비확산, 경제안보 위협, 지역 불안정, 테러 지원 등을 이유로 특정 국가를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지정 및 관리는 미 에너지부 산하 정보방첩국이 담당하며, 테러지원국(북한·시리아·이란 등), 위험국(중국·러시아 등), 기타 지정국(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이번 지정에서 최하위 단계인 기타 지정국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러시아·북한 등 기존 민감국가보다 규제가 엄격하진 않지만, 연구·기술 협력에 일정한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지정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경제와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특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특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이 외교 문제와는 무관하며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파악한 지정 배경으로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의 도급업체 직원이 수출통제 대상인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소지한 채 한국행 항공기에 탑승하려다 적발돼 해고된 사건이 지목됐다. 해당 사건은 2023년 10월부터 2024년 3월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지난 18일 좌담회에서 “민감국가 리스트 지정은 에너지부 연구소에 한정된 조치로,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도 전날 한미 과학기술 협력 간담회에서 “미국 에너지부와 협의한 결과, 과학기술 협력에는 문제가 없으며, 앞으로도 협력을 지속할 의지가 확인됐다”며 “관계부처와 협력해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전·반도체·AI·양자·바이오테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R&D 협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부로부터 받은 ‘한미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 협력 현황 및 계획’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와 한국은 합성생물학·2차전지·핵융합·원자력 등 4개 분야에서 공동 연구 및 정기 콘퍼런스, 글로벌 포럼 등을 이어왔다.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최종 확정할 경우, 2차전지와 바이오 분야에서도 연구 협력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과기부가 미국과의 R&D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매년 예산을 크게 늘려온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크다. 만약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된 채 4월 15일 발효될 경우, 양국 협력 규모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정헌 의원이 과기부로부터 받은 ‘연도별 과기부 글로벌 R&D 사업 현황’에 따르면, 미국과의 R&D 협력 예산은 △2022년 525억7000만원 △2023년 684억7200만원 △2024년 2880억2400만원 △2025년 3006억3800만원(추산)으로 급증하고 있다.

양국이 핵심 과학기술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이어온 만큼, 정부가 민감국가 명단 해제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의원은 “이번 민감국가 지정은 세계적인 과학자들과의 협력을 막고, 첨단 과학기술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사안”이라며 “냉혹한 국제질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외교적 대응에 실패해 국익을 훼손한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시급히 범부처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전문가들은 이번 지정이 한미 간 신뢰 약화에 따른 조치로, 향후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는 에너지부 차원에 국한됐지만, 국가 차원으로 확대될 수 있어 정부가 신속한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지정은 한미 간 신뢰 약화로 발생한 조치”라며 “지정이 확정될 경우, 원자력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에너지부 차원의 조치지만 국가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가 신속히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구체적인 지정 이유를 공개하지 않은 만큼, 한국을 향한 경고성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대응 방식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으며 국내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면서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운 점이 문제로 꼽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국가를 민감국가로 지정할 때 보통 이유를 공개하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내부 지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거론되는 에너지부 유출 사건을 포함해 한국에 대한 경고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확한 지정 이유가 불분명한 만큼, 발효 전 해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결정된 내용이지만 한국이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