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단독] 한국도로공사, ‘혈세 낭비’ 일산센터 매입 강행... 국토부 감사 받는다

한국도로공사 김천 본사 전경 및 함진규 사장. 사진 도로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락편집]

[뉴스락] 한국도로공사(사장 함진규)가 새 수도권본부의 거점으로 활용할 고양시 예탁결제원 일산센터 매입을 두고 국토교통부(장관 박상우)의 감사를 받는다.

▲노후 건물 대비 과한 매입가 ▲떨어지는 업무효율성 ▲특혜 매입 등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국회의 국토부 감사 추진 요구에 따른 것이다.

특히 도로공사 안팎으로 해마다 부채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사옥에 1000억원까지 들일 필요가 있냐는 의구심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에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이동환 고양시장의 골칫거리를 해소해준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뉴스락>은 ‘혈세 낭비’라고 손가락질 받는 도로공사의 ‘일산센터 매입’을 파헤쳐봤다.

도공 ‘일산센터 매입’, 결국 강행... ‘국토부 감사’ 추진

도로공사는 수도권 제 2순환고속도로의 증선 등 업무량 증가에 따른 조직확장을 위해 제 2수도권본부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새 수도권본부 건물이 될 예탁결제원 일산센터 및 서울경기본부(전 수도권본부) 위치. 본부가 들어설 수 있을 만큼의 부지가 예상되는 인천지사 및 군포지사 위치. [뉴스락편집] 

도로공사는 국회의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1월 예탁결제원 일산센터 매입절차를 마무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산센터 건물 특성상 300억 규모의 리모델링이 필요한데, 현재 국토부 감사 추진으로 중단됐다. 임시로 건물을 임대해 지난 17일 본격적으로 새 수도권본부는 가동된 상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지난 1월 13일 부동산 개발업체 DS네트웍스가 보유했던 예탁결제원 일산센터의 잔금납입과 소유권 이전 절차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건물 매입에 대한 지적사항들이 있고난 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해당 매입 건에 대한 국토부 감사를 의결하기 3일 전에 강행한 것이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1월부터 수도권 서부권역의 신설노선 준공 등으로 교통량 증가 및 관리 인력 부족의 이유로 제 2의 수도권본부 신설을 추진해왔다.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기존의 수도권본부를 동부권역을 관리할 ‘서울경기본부’로 변경하고,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한 한국예탁결제원 일산센터를 매입해 수도권의 서부권역을 관리할 ‘수도권본부’를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매입한 예탁결제원 일산센터 건물이 지하 2층부터 5층까지 ‘금고’가 설치돼 있는 특수성 때문에 매입 비용의 절반 가량을 추가로 리모델링 비용으로 써야한다는 점이다.

세금을 포함한 약 680억의 매입금액과 리모델링 비용 320억까지 약 1000억원을 들여 27년된 노후 건물을 수도권본부 사옥으로 마련한 셈이다.

새 수도권본부의 사옥 위치가 업무활용도가 낮다는 점도 흠이다.

고속도로 관리를 위해 대개 본부 사옥은 고속도로 IC(출입로) 인근에 위치하는데, 일산센터의 경우 제 2외곽순환도로 IC까지 1시간씩 소요되는 위치다.

특히 그동안 도로공사가 본부를 설치했을 때와도 결이 달라 내부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앞서 2012년 전북본부를 신설할 때에도 전주IC 인근 약 3만 평방미터 부지에 본부건물을 신축했고, 2020년 충북본부 설립때에도 기존 보유했던 진천지사 부지 약 5만 평방미터를 활용했다. 아울러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기존 수도권본부도 동서울지사와 자리를 같이하고 있다. 

도로공사 한 관계자는 "군포지사나 인천지사에 충분한 활용부지가 있음에도 일산센터를 고집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도공, 내부 직원도 아는 ‘국토부 감사’ 몰랐다?

감추기 급급한 도로공사의 자세도 문제다.

<뉴스락> 은 도로공사에 국토부 감사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감사 사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내부직원도 이미 아는 국토부 감사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답변한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도로공사 관계자는 “나도 아는 국토부 감사 사실을 도로공사가 모를 수가 없다”며 “직원들도 아는 사실을 (공사가) 몰랐다고 한다면 직무유기 혹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달 중으로 감사를 계획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라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감사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해당 사안에 대해 (국토부)도로국과 협의하고 있다”며 “3월 중으로 감사를 추진하고자 했으나, 감사원장 탄핵 등 불확실성 때문에 지연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함진규 사장이 친분 있던 고양시장의 골칫거리를 해소해 준 것”

2018년 6월 12일 당시 이동환 고양시장 후보와 함진규 한국당 정책위원장이 유세활동 하는 모습. 사진 이동환 시장 블로그 캡처 [뉴스락]

도로공사 안팎으로 일산센터 매입의 당위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가운데, 함진규 사장이 이동환 고양시장과의 친분으로 골칫거리를 해소시켜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함 사장과 이 시장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다. 한국당 시절부터 이 시장의 유세활동을 지원하거나, 도로공사 사장이 되고 나서도 같은 자리에 동석한 모습도 심심찮게 보인다. 

한 도로공사 관계자는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사장님과 고양시장이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여서 일산센터를 매입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려온다"고 귀띔했다. 

일산센터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예탁결제원이 2014년부터 25차례에 걸쳐 공개매각을 추진해왔다. 10년 간 주인을 찾지 못한 고양시의 흉물인 셈이다.

특히 수도권본부로 활용된다면 인구 유입에 따른 상권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도로공사는 "아는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 무를 수 없는 '혈세 낭비'... 매입 과정 문제 있어도 관련자들 징계가 ‘한계’

이미 낭비된 혈세는 주워담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감사에서 매입 과정 상 로비 등의 부정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도로공사에 강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 감사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감사를 통해 문제가 발견돼도 해당 건물 매입 관련자들의 징계 및 검찰 고발 등이 한계"라면서 "매입을 무르거나 되팔라고 명령하는 강제성을 갖는 조치는 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일산센터에 대한 매입절차는 마무리된 상태로, 감사 결과에 따라 뒤짚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도로공사의 2023년 기준 부채총계는 38조 3391억원이다. 해마다 2조원씩 빚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혈세를 가볍게 여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도공의)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공익을 우선으로 하는 공기업의 특성 상 고속도로 통행료가 장기간 동결돼 어쩔 수 없다고 보더라도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민 혈세가 도공의 쌈짓돈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