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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서보형 사진기자, geenie44@gmail.com
한 시대를 풍미한 승부사들의 이야기인데 따뜻하기도 하고 스릴감 넘치기도 한다. 그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극을 휘어잡는 영화 '승부'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형주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병헌,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조우진이 참석했다.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작품은 실존하는 두 바둑기사의 일화를 소재로 해 눈길을 끌었다. 김형주 감독은 작품을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으로 "바둑을 몰라도 문제없이 볼 수 있어야 한다"라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극 중 이병헌은 세계 프로바둑 선수권대회를 통해 국민적 영웅으로 거듭난 '조훈현' 역을 맡았다. 조훈현은 전주 바둑 신동 '이창호'를 발견, 그의 천재적 재능을 알아보고 제자로 키웠으나 결국 제자에게 왕좌를 넘겨주게 되는 인물. 하지만 조훈현은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초심을 다잡고 정상 탈환에 나서며 살아있는 전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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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조훈현 국수의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병헌 역시 '승부'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으로 감정을 꼽았다. 그는 "이렇게까지 드라마틱한 일이 실제로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라며 "바둑판 앞에서 거의 감정 변화 없이 모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정적인 가운데 폭발하기도 하고 절망스러운 감정도 있는데 여러 가지 극단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말했다.
바둑을 전혀 몰랐던 이병헌은 현실적인 바둑 기사를 표현하기 위해 바둑돌을 두는 연습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바둑을 어떻게 두는지, 어떻게 하면 잘 두는지에 대한 것은 저에게 급선무가 아니었다"라고 운을 뗀 이병헌은 "바둑을 두는 사람들의 눈빛과 행동, 손짓, 마음가짐, 그리고 질 것 같은 때의 느낌들,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는 포인트에서 나오는 버릇들, 이런 것들을 캐내고 발견하는 쪽에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전했다. 특히 빼곡한 바둑알 사이 날카롭게 파고드는 한 수를 놓기 위해 바둑알을 잡는 연습부터 시작했다며 "바둑알을 놓고, 거둬가고, 빽빽한 돌들 사이에 다른 바둑알을 건드리지 않고 두는 기술은 반복적인 연습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영화 결정이 되자마자 집에 바둑판을 사두고 아들과 연습했다. 사실 바둑이 아니라 오목을 뒀지만, 어쨌든 바둑알을 익숙하게 만지기 위해 연습했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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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주연 유아인의 마약 파문으로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게 됐다. 김형주 감독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주연 배우로서 어떻게 보면 무책임할 수 있고, 실망스러울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유아인이) 배우이기 전에 사회 구성원으로 잘못을 했고, 그것에 따른 처벌을 받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제가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다"라며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면, 영화에 나온 말처럼 지옥 같은 터널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에 더 막막했던 것 같다. 터널 출구 끝에 개봉이라는 한 줄기 빛이 보이는 느낌이라 감격스러웠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 걸리게 돼서 기쁜 마음"이라고 말한 이병헌은 유아인과의 호흡을 전하기도 했다. 이병헌은 "(유아인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재밌게 촬영하겠구나'하는 기대감과 설렘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어떤 배우일지 궁금했다. 촬영해 보니 제가 생각한 것보다 굉장히 과묵한 후배였다. 서로 많이 대화하고 회식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한 것 같다.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면서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줘서 저도 신에 빠져드는 데 용이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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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에도 작품을 지킨 배우들은 '승부'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조훈현의 라이벌인 '남기철' 기사로 분한 조우진은 "훌륭한 배우들이 읊는 명언을 들을 때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을 목격했다"라고, 조훈현의 아내 '정미화' 역의 문정희는 "누군가에게 배우기도 하고 누군가를 가르치기도 하는 따뜻한 영화다. 개인적으로 많이 힐링 됐다"라며 작품의 매력 포인트를 짚었다. 김형주 감독은 "내로라 하는 배우들의 연기 오마카세를 보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더 영화답게 만드는 극장에서 봐주시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승부'는 오는 26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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