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군이 친이란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데 이어 이스라엘도 18일 하마스와 휴전 협상을 깨고 가자지구 전역에 걸쳐 공습을 진행해 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 반군이 미군에 대한 '보복 공격'을 계속할 경우 이란에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도 미국이 승인한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핵협상을 위해 중동 긴장을 끌어 올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연장 협상 결렬
18일 이스라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오전 2시 10분경 가자지구 전역에 걸쳐 고위급 지휘관, 땅굴, 무기 저장고 등 하마스 목표물 약 80개를 동시에 타격했다. IDF는 이번 공습을 '힘과 칼'(Strength and Sword)로 명명했다.
이번 공습은 지난 1월 19일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발효된 후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팔레스타인 주민 최소 404명이 사망하고 562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가운데는 가자지구 내무부 수장인 마무드 아부 왓파를 포함해 하마스 고위급 인사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을 깨고 공습을 감행한 표면적 이유는 휴전 연장 논의가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남은 자국민 인질의 석방 등을 압박하고자 군사작전 재개를 검토해왔고, 트럼프 정부가 이에 동의하면서 공습이 이뤄졌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지난 2주간 공습도 인질 송환도 없었다"고 말했고,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거부하고 이스라엘에 해를 끼치겠다고 위협하여 우리는 가자지구 전투에 복귀했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미국의 휴전 연장 제안을 받아들이려 노력했지만 하마스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해 더 강경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공습은 시작일 뿐이며 모든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며 "이제부터 협상은 오직 전투 속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비난하며 이집트, 카타르 등 중동의 휴전 중재국과 접촉하고 나섰지만 사실상 휴전이 끝났다는 분석이다.
美 "이스라엘과 미국 공격시 지옥이 열릴 것"
트럼프, 후티 배후 이란에 경고.. 핵협상 위한 포석?
이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앞서 미국은 15일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에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해외에서 진행된 첫 번째 대규모 공습에 예멘에서 최소 31명이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후티가 홍해와 아덴만 등에서 미국의 군함, 상선, 항공기 등을 공격했기 때문에 대응 차원에서 이번 공습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후티 반군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 의사도 내비쳤다.
CNN에 따르면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것은 일회성이 아니다. 몇 주는 아니더라도 며칠 동안 지속될 일련의 사건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의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도 미국 폭스뉴스 방송 인터뷰에서 "하마스, 후티, 이란 등 이스라엘이나 미국을 테러하려는 모든 이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며 지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후티 반군과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이 결국 이란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이란과 핵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지위를 선점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7일 핵협정을 협상하고 싶다면서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이를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하메네이는 12일 협상 제안이 미국의 기만이라며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을 알고 있는데 협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일축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이란 외무부에 다시 핵협상 관련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후티 반군이 미군에 대한 '보복 공격'을 계속할 경우 후티의 지원 세력인 이란에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앞으로 (미군을 겨냥한) 후티의 모든 (미사일 등의) 발사는 이란의 무기와 지도부에 의해 발사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이란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며, 심각한 후과를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후티 반군을 향해서도 "반격을 계속할 경우 막대한 무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후티에 대한 미군의 무력 사용이 어느 선에서 멈출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란 외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대응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사회, '가자 공습 재개' 이스라엘 규탄 "인종청소"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 재개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충격을 받았다"며 "휴전이 존중되고 인도주의적 지원이 방해 없이 재개되고 남은 인질이 무조건 석방될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공포를 느낀다"며 "이 악몽을 즉시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8개월간 이어진 폭력은 이 위기에 군사적 출구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보였고 유일한 해법은 국제법에 따른 정치적 합의"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인질과 수감자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충격을 받았으며 슬프다"며 "폭력은 중단돼야 하고 휴전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고 썼다.
EU 집행위원회의 위기담당 하자 라비브 위원은 "민간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일은 멈춰야만 한다"며 "즉각 휴전으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인질 귀환 노력을 위협하고 가자지구의 민간 인명을 위협하는 적대행위가 즉시 종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전 중재국 이집트는 외무부 성명을 통해 "이날 공습으로 발생한 팔레스타인 사상자 300여명은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라며 "노골적인 휴전 합의 위반으로, 역내 안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한 갈등 고조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긴장 완화와 안정 회복을 위한 노력을 훼손하는 이스라엘의 침공을 전면적으로 거부한다"며 "모든 당사자가 자제력을 발휘해야 하고 중재자들이 영구적 휴전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이스라엘을 향해 "확전 정책이 중동에 불을 붙여 역내 안보와 안정을 훼손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카타르도 휴전 합의 중재국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도 성명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이 침공을 재개하고 비무장 민간인 거주지역을 직접 폭격한 것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란도 가세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공습이 "대량 학살과 인종청소의 연속"이라며 "미국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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