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토허제 확대 지정… '오락가락'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 혼선 논란

오세훈 시장이 부동산 정책 혼선 논란과 관련 고개 숙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를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을 확대 지정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잠실·삼성·대치·청담(잠·삼·대·청) 지역에 대한 토허제 해제 이후 한 달 만의 결정으로, 해제 이후 집값이 급등하며 투기 조짐이 보이자 이를 다시 규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불과 한달 만에 토허제를 오히려 확대지정함으로써 '풍선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불거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에서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규제 지역을 기존보다 확대 지정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조치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오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강남 3구와 용산구에 위치한 약 40만 가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는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원천적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정부도 추가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재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더욱 심화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확대 지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추가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마포구, 성동구, 강동구 등의 추가 지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불과 한 달여 전 서울시가 토허제를 해제하면서 “강남 3구의 집값 변동성이 줄어들었다”고 발표한 바 있어,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역대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이 계속 실패했던 이유는 단기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조치는 기존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는 무능의 극치”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토허제는 대규모 개발로 인한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인데, 단순히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집값 상승을 막기는커녕 ‘풍선효과’를 일으켜 다른 지역의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또한 24일 규제 발효를 앞두고 단기적으로 매수세가 몰려 시장의 혼란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정책 혼선으로 인해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정치적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 오 시장은 현재 차기 대선주자로도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동안 ‘반값 아파트’와 ‘후분양제’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토허제 해제와 재지정을 둘러싼 혼란이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9일 성명을 내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부동산 부자와 재벌을 위한 정책이었으며, 이제 와서 다시 규제를 확대하는 것은 무능함을 자인한 것”이라면서 “서울시는 정책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부동산 정책을 무주택 서민 중심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