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위원은 이날 오전 한은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 강연을 하며 "결국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건데 고용시장 유연화와 임금제도 개편 없이 정년연장만 했을 경우 나이 많고 임금이 높은 사람을 계속 데려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지난해 IMF 연구를 거론하며 "고용보호제도 유연화는 경기확장기에 생산과 고용을 5% 정도 증가시킨다"며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고용보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을 보호하려고 하는 게 오히려 고용창출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만큼 고용 유연화가 기반돼야 정년연장과 청년 고용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용시장이 유연한 미국은 경기 불황 때 가혹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10%까지 올라가기도 하지만 대신 그 기간이 짧고 경기가 회복되면 크게 반등한다"며 "반면 한국은 고용보호가 잘 돼 있어 불황이 자주 오는 데다가 불황이 와도 실업률 변동이 거의 없고 한 번 나빠지면 회복도 느린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년연장 시 고용유연화를 통해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고용 옵션을 여러 가지로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를 소개하며 "종전의 근로관계를 일단 종료시키고 새로운 근로계약을 합의하는 재계약 체계로 간다면 기업도 부담이 덜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은퇴 후 자영업자 리스크를 강조하며 "재취업 시 계약기간이 2년밖에 안 되기 때문에 4~5년 더 하려면 자영업을 해야겠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평생 쓸 연금을 자영업에 쏟아붓는데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며 인생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 시 계약기간을 4~5년으로만 늘려줘도 자영업으로 가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여전히 금리 인하기이긴 하지만 들썩이는 강남 3구의 집값과 환율 변동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장 위원은 금통위 내 가장 매파적 기조를 보인 위원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11월, 2월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하며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 들었는데 장 위원은 지난해 10월, 11월 연속 두 차례 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
장 위원은 "물가 안정이 한은의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물가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경기가 나쁘면 인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고민했던 요소들이 다시 최근 시작된 것 같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에 강남 3구 집값이 많이 올라갔는데 가계부채가 너무 빨리 늘어나는 건 아닌지 유의해서 상당히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외환시장도 한동안 달러인덱스(DXY) 수준이 높은 것이 원인이라고 봤는데 DXY가 내려가도 환율이 여전히 높아서 여전히 걱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을 밑돌며 장기 저성장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와 관련해선 "한은이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며 "구조개혁 시리즈를 내는 것도 그런 면에서 사회를 한번 바꿔보자고 제안하는 측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을 올해 1.5%, 내년 1.8%로 잡은 것에 대해선 "잠재성장률보다 올해는 확실히 낮은 것으로 전망되므로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간 것"이라며 "내년까진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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