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전국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은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서승욱 카카오지회 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카카오 경영진이 콘텐츠 사내독립기업(CIC) 분사를 발표하며 분사 이후 지분 매각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이번 결정은 사실상 매각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는 지난 13일 "콘텐츠 CIC의 재도약을 위해 다음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2023년 다음 사업 부문을 CIC로 전환한 지 약 2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현재 CIC 형태로 운영되는 다음 법인에는 약 300명의 직원이 소속돼 있으며 관련 계열사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800명, 카카오 그룹 내 다음 관련 업무 종사자를 모두 합치면 최대 1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노동조합은 "분사 이후 매각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IT업계에서는 기업 조직이 변경될 때 기존 인력을 자동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 절차를 거쳐야 하는 관행이 있다. 이에 따라 분사 이후 기존 카카오그룹 소속 직원들이 새로운 법인으로 이전하려면 신규 채용에 가까운 절차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크며 탈락할 경우 고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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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분사는 경영 실패의 책임 노동자에 전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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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다음을 통해 수집된 방대한 고객 정보 관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배수찬 수도권지부 부지부장은 "포털 서비스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분리시키기 어려운 영역으로 고객 정보의 관리 주체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계정에 대한 빅데이터는 플랫폼 기업에선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 가치인데 만약 다음이 매각된다면 이를 인수한 기업이 해당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지 등 변수가 너무 많다"고 짚었다.
이어 "그만큼 어려운 계약이며 고도의 경영 전략이 필요한데 솔직하게 카카오 경영진이 그렇게 유능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분사를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임단협 교착 상황도 지적했다. 서승욱 지회장은 "포털 업계 최고 연봉을 받는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의 지난해 보수는 30억원이 넘었고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전 대표도 지난해 상반기에만 22억원을 받았다"면서 실적이 나빠져도 경영진의 보수는 오히려 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책임경영과 사회적 신뢰 회복을 목표로 쇄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분사 매각 결정은 이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면서 "무책임한 분사와 매각을 저지하고 모든 계열사와 함께하는 공동교섭 공동투쟁으로 임단협을 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노조는 무책임한 구조조정과 분사·매각을 중단하라면서 함께 오는 25일 예정된 주주총회 이전까지 임단협 교섭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협상은 전면 결렬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콘텐츠 CIC 분사는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한 단계"라며 "분사 법인으로의 이동에 대한 선택권은 각 크루에게 있으며 개별 크루의 의사를 존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카카오는 포털 다음의 분사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카카오VX의 매각도 공식화하며 비핵심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본사 차원에서는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계열사 매각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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