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고예인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과오를 되풀하지 않겠습니다"
삼성전자가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회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장)은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고 도전과 몰입의 반도체 조직문화를 강화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다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번 주총 현장에는 주주와 기관투자자 등 900여명이 참석했으며 행사는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됐다. 주주 출입 과정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주주들은 입장할 때 주주확인표를 받고 표에 적힌 좌석대로 안내를 받았다.
경영진마다 실적부진에 따른 주주들의 질책에 진땀을 흘린 이날 주총에서는 안건 심의와 표결, 경영현황 설명,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이 차례로 진행됐다.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4인(김준성, 허은녕, 유명희, 이혁재) 선임 △사내이사 3인(전영현, 노태문, 송재혁)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2인(신제윤,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상정됐으며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안건 표결 이후에는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과 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이 각각 삼성전자 DX와 DS부문의 2025년 사업전략을 주주들에게 공유하고 '주주와의 대화' 시간도 별도로 운영했다.
주주총회 의장인 삼성전자 대표이사 한종희 부회장은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되지만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회사의 경영철학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경영진들은 최근 주력사업인 반도체, 가전 사업 등에서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달린 상황에서 불안해하는 주주들을 위해 다양한 미래 비전에 방안과 전략을 제시했다.
◆ 각 사업부문별 경영전략 제시...‘뜨거웠던 주주들과 소통시간’
삼성전자는 안건 표결 이후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이 각각 삼성전자 DX와 DS부문의 2025년 사업전략을 주주들에게 공유했다.
스마트폰·TV·생활가전뿐 아니라 반도체 분야에서도 위기를 맞은 삼성전자는 올해 사업전략을 공개했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에서는 차세대 기술 역량과 고객 중심의 혁신 결합해 새로운 경험 제공, 차세대 신성장 사업 육성과 미래형 사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사업별 맞춤 전략 및 근원적 경쟁력 회복 위한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 문제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역시 적기 개발하고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주주와의 대화' 시간도 별도로 운영했다. 한 부회장과 전 부회장을 비롯해 CFO, CTO, 각 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 10명이 주주총회 단상에 직접 올라 구체적인 사업 현황과 전략 등 주주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소액주주 A씨는 “주식시장에서의 부진 원인을 임원진, 경영진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가 부진의 많은 부분이 반도체 부문의 성과 좌우한다고 본다. 주가부진으로 주주들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며 "HBM3와 같은 과오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빠르면 2분기 HBM 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 부회장은 "최근 미중 무역 갈등에 따라 세계 시장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1분기 시황은 약세를 보인다"면서도 "D램은 AI 투자붐이 지속 증가하고 있고 모바일 재고 소진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어 하반기 들어 수급의 균형이 잡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장을 위해 차세대 기술과 제품 역량을 강화해 반도체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익성 측면에서는 고성장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공정 수익성 제고를 통해 고수익 사업구조를 확보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적기 개발을 놓쳤던 고부가 메모리 HBM에 대해선 공급량을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제조사들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입에 대해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전 부회장은 "중국은 아직 기술력이 부족해 로우앤드시장에만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는 DDR5와 LPDDR5 등 고부가시장인 하이앤드시장을 중심으로 제품 판매를 확대·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중국 업체들이 하이앤드 제품 시장에도 점진적으로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선단로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제품 성능을 중국 업체 대비 한 단계씩 더 업그레이드한다면 중국의 추격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인수합병(M&A)이 지지부진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미래 성장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지속적으로 M&A를 추진해왔지만 아쉽게도 대형 M&A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올해는 더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 차세대 기술력을 주주들과 공유...주주 체험존 마련
올해는 주주들이 삼성전자의 차세대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 공간도 마련돼 주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AI Home 컴패니언(Companion) 로봇 '볼리(Ballie)' 존에서는 일상 속 볼리의 다양한 활동을 주주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AI에 기반해 필요한 정보 검색 ▲비전(Vision) 인식 기술을 통한 와인 추천 ▲ 스크린을 투사해 벽면에 영상을 재생해 주는 등 일상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존에서는 ▲마이크로 LED 144형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 '투명 마이크로 LED'를 설치해 미래의 디스플레이를 주주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장' 존에서는 ▲Neo QLED 디스플레이를 전면 윈드쉴드에 투영해 새로운 차량내 시각 정보 경험을 제공하는 'Ready Vision QVue' ▲Neo QLED 기술을 내장한 세계 최초 HDR10+ 차량용 디스플레이 'Ready Display' 등 전장 솔루션과 ▲다양한 포터블 스피커와 헤드폰 등 오디오 제품도 소개했다.
'의료기기' 존에는 AI 진단 보조 기술이 탑재된 삼성메디슨의 산부인과용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 기기 'HERA Z20' 등이 전시됐다.
한편 주주체험전시 공간에는 최근 자회사로 편입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이 걸어 다니거나 가볍게 뛰면서 주주들을 맞이했다.
특히 주주들이 손을 내밀면 같이 손을 내밀거나, 주주들을 보면 정지해 바라보는 등 주주들과 교감을 나누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