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럼프·푸틴, 에너지·인프라 부분 휴전 합의.. 젤렌스키도 '찬성' 종전 첫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이하 현지시간) 인프라와 에너지 분야에 국한한 부분적 휴전을 포함하는 우크라이나전쟁의 단계적 휴전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찬성' 입장을 밝힘에 따라 종전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당초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전면 휴전'에서는 후퇴한 것인 만큼 외신과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는 '기대 이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러 정상, 90분간 통화.. 푸틴 "30일 전면 휴전 반대" 

트럼프, '부분 휴전' 제안.. 푸틴 '수용'

백악관과 크렘린궁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8일 약 90분간의 통화 끝에 인프라와 에너지 분야에 국한한 부분적 휴전을 포함하는 단계적 휴전 방안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앞서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종전 협정을 위한 '30일 휴전안'에 합의했다. 이후 이뤄진 이날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는 '30일 휴전안'에 대한 논의가 예상됐다.

이날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30일 휴전안'에 반대 입장을 냈다. 휴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문제와 우크라이나의 동원 및 재무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거론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30일간 에너지 및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부분 휴전안'을 제안하고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러시아측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휴전'이라고 언급해 미국의 발표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종전 의지를 확인하는 소기의 성과는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백악관은 통화 후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와 휴전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두 정상은 이 분쟁을 지속적인 평화를 통해 끝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에너지 및 인프라 분야에서 휴전 하는 한편, '흑해 해상에서의 휴전 이행과 전면적 휴전 및 영구 평화에 관한 기술적인 협상'을 중동에서 즉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두 정상이 미국과 러시아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를 통해 경제적 합의와 지정학적 안정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의 군사 및 정보 지원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오는 19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75명씩 포로를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크렘린궁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미국 아이스하키 선수 간의 경기를 미국과 러시아에서 개최하자는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매우 생산적 대화.. 평화협정 여러 요소 논의"

크렘린궁 "상세하고 솔직한 논의" 젤렌스키 "부분 휴전 찬성"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 후 자신의 SNS에 "(푸틴과의 통화가) 매우 좋았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끔찍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신속히 노력할 것이라는 이해를 바탕으로 모든 에너지와 인프라에 대한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군인 수천 명이 죽고 있고, 푸틴과 젤렌스키 둘 다 전쟁의 종식을 원한다는 사실을 포함해 평화 협정의 여러 요소를 논의했다"며 "그 절차가 이제 완전히 이행되고 발효됐다"고 덧붙였다. 

크렘린궁도 "상세하고 솔직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미러 정상의 부분 휴전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에너지 및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자는 제안을 찬성한다"며 "안정적이고 정의로운 평화로 이끄는 모든 제안은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부분 휴전안을 지킨다면 우리도 그럴 것"이라며 "미국으로부터 세부 사항을 받은 뒤 우리는 우리의 답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30일 부분 휴전안'에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이 모두 찬성 입장을 보인 만큼 일단 종전 협상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두 정상이 '흑해 해상 휴전 이행, 전면적 휴전, 영구적 평화'에 관한 기술적 협상을 중동에서 즉시 시작하기로 합의한 만큼 대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30일 전면 휴전안'에서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의 군사 원조 및 정보 공유의 완전한 중단을 요구한 것도 향후 종전 협상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의 파트너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지원이 계속되길 희망한다"며 반발했다.

또,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3국이 러시아군의 철군 조건,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문제, 유럽 국가들이 추진하는 평화유지군 배치 등 평화협정의 세부내용을 놓고 힘겨루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외신 "푸틴, 최소한만 양보.. 기대 이하" 유럽 "푸틴 믿을 수 없어"

이에 이날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의 통화 결과에 대해 외신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폴리티코 유럽판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은 그대로 살상지대로 남고 드론과 미사일 폭격도 우크라이나 전역에 계속 쏟아질 것"이라며 부분 휴전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푸틴이 타협할 의지가 있다는 징후는 없었다"며 "그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존립을 끝내고, 옛 철의 장막 동쪽으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대부분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카이뉴스는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동"이라며 "이제까지 그가 한 일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럽 정상들도 환영 입장을 내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향해 만들어낸 진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부분 휴전) 과정은 우크라이나의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로 이어져야만 한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불법적 침공을 다시는 저지르지 못하는 데 필요한 만큼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부분 휴전이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환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견고하고 지속적인 평화와 그에 따른 보장을 가능하게 하는 상세하고 완전한 평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라트비아 외교부 장관은 "러시아가 평화를 원한다는 단 하나의 징후도 없다"고 지적했고, 에스토니아 외무부 사무총장도 "러시아가 목표를 바꿨다고 볼 수 있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푸틴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역을 원하고 있으며, 완전한 지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외무부 장관 역시 "지금은 러시아가 다시 세력을 키우고 재공격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 협정을 보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