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외면하는 한국 럭비, '그들만의 스포츠'로 돌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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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외면하는 한국 럭비, '그들만의 스포츠'로 돌아가나

이데일리 2025-03-19 12:14: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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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연고 없는 일반 럭비팬들은 오지 말라는 얘기인가요”

“제발 KTX라도 가는 동네에서 열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새로 오신 협회장님 제발 대회 장소 좀 신경 써주세요”

최근 럭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대한럭비협회를 향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막을 올린 ‘제39회 충무기 전국럭비선수권대회’와 관련해서다.

전라남도 진도에서 열리는 충무기 전국럭비선수권대회. 사진=대한럭비협회 유튜브 캡처


충무기 전국럭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전라남도 진도공설운동장. 사진=대한럭비협회 유튜브 캡처


충무기 전국럭비선수권대회는 1981년 첫 개최 이후 38년간 이어진 대회다. 2018년 마지막 대회를 끝으로 중단됐다가 올해 7년 만에 부활했다. 2025년 국내대회 시즌을 여는 첫 대회로 기존의 중ㆍ고등학생 참가 범위에서 대학부와 일반부까지 참가 신청 범위를 확대했다. 15세이하부, 18세이하부, 대학부, 일반부 등 총 28개팀이 출전하는 국내 최대 규모 대회다.

이 대회는 지난해까지 열린 ‘코리아 슈퍼 럭비리그’를 대체하는 한국 럭비의 가장 큰 이벤트다. 오랜만에 부활한 대회인 만큼 럭비인들의 환영을 받아야 하는데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우선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대회를 여는 것은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럭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대회인데 선수 가족 및 일반 팬들은 경기장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서울에서 대회가 열리는 진도공설운동장을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목포역까지 간 뒤 목포종합버스터미널에서 진도공용터미널로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실질적으로 5시간이 훌쩍 넘는다.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고 싶은 가족들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일반 럭비 팬들도 크게 늘었다. 넷플릭스 ‘최강럭비’를 비롯해 각종 TV프로그램과 여러 매체를 통해 한국 럭비와 럭비 선수들이 많이 소개됐다. 이를 통해 몇몇 럭비 선수들은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최강럭비’에 출연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럭비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아 기분 좋고 행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일반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 ‘다시 그들 만의 종목’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회가 열리는 진도공설운동장은 몇몇 관계자만 관중석을 지킬 뿐 일반 관중을 찾아볼 수 없다.

현장을 찾기 어려운 럭비팬들이 유튜브, SOOP 등 온라인을 통해 경기 생중계를 보려고 하면 또 한 번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과거 5~6대 카메라를 동원해 전문적인 중계를 전했던 코리아 슈퍼리그와 달리 별도의 해설 없이 카메라 1대로만 경기 장면을 멀리서 보여주는 게 전부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렵다.

럭비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던 ‘코리아 슈퍼럭비리그’가 자취를 감춘 것은 그래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전임 집행부의 핵심 추진 사업이었던 만큼 새 집행부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뭔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클 터.

문제는 코리아 슈퍼리그를 없애기만 했을 뿐 이를 대체할 눈에 띄는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예정된 럭비 대회 가운데 수도권에서 열리는 대회가 없는 것은 우려스럽다. 4월에 열리는 전국춘계럭비리그전은 경북 경산에서, 7월 대통령기전국종별럭비대회는 전남 강진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아직 장소가 결정되지 않은 대회도 있지만 지금까지 수도권에서 확정된 대회는 찾아볼 수 없다.

한 럭비 선수 가족은 “인천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지어진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 전용경기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럭비 관계자는 “전임 회장이 추진했다고 해도 코리아 슈퍼럭비리그가 럭비 대중화에 기여한 것은 맞는데 폐지하는 것은 아쉽다”며 “럭비 발전보다 전임 집행부의 흔적을 지우는데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협회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협회도 부족한 예산과 비용 절감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모처럼 국민적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한국 럭비가 다시 과거로 후퇴하는 느낌은 아쉽기만 하다. 럭비인과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협회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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