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된 정몽규 당선인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규정 어기고 파견…자문료 인상때 절차도 없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몽규 HDC 그룹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후 HDC 현대산업개발 임원을 대한축구협회에 편법 파견하고 10억 원의 자문료를 지급한 것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19일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해 말 HDC 현대산업개발 상무보 A 씨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여러 건의 위법 사항을 확인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인사 규정에 근거가 없는 회장사 직원 A 씨를 파견하고 ▲파견 근무의 최장기간이 2년임에도 불구하고 A 씨는 11년간 대한축구협회에 파견돼 근무해 축구협회 운영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며 ▲자문료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내부 결재와 인사위원회 개최가 없는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또 ▲자문 계약을 해 정관 및 임원보수규정 등에 근거 없이 월정 급여성 자문료를 지급했으며 ▲해당 파견자는 본인의 자문료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직무관련자임에도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지 않았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A 씨는 축구협회에서 인사·총무·회계·계약 등 주요 기능을 총괄하는 행정지원팀장이라는 보직을 맡아, 현대산업개발에서 지급하는 급여와 별도로 축구협회로부터 월정 자문료와 수당(교통비·업무추진비·통신비·기타 수당) 등 11년간 약 10억원 상당을 받았다.
A 씨의 2013년 월 자문료는 250만 원이었으나, 2018·2020·2023년 계약을 거듭하며 월 800만원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약 220%의 인상을 거치는 동안 상근 임원의 전자결재 문서는 없었다.
이밖에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 진행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가 계획 설계를 맡은 네덜란드 건축회사 유엔스튜디오와 주고받은 메일 중 상당수가 HDC 현대산업개발에 공유됐으며, 이 과정에서 A 씨가 원활한 업무 관리를 이유로 HDC 현대산업개발에 도움을 요청하고, HDC 현대산업개발 직원이 별도 계약 없이 함께 업무를 진행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A 씨가 문체부의 감사 시작 전인 지난해 11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퇴직해 별도의 징계를 내릴 수 없게 됐고, 이에 문체부는 지난 2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해 9월 국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배현진 의원의 관련 질의에 “현대산업개발이 대한축구협회와 관련해 도와준 건 있어도 이득을 본 건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HDC 현대산업개발)가 전문 지식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대한축구협회를) 도와주라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한편 수사를 의뢰받은 경찰은 A 씨가 축구협회에 편법 파견돼 근무하면서 사기·횡령을 비롯해 업무상 배임과 횡령, 사문서의 위변조를 저질렀는지 혐의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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