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600억 원이 투입된 넷플릭스의 대작 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총 16부작 중 절반만 공개된 상태에서도 벌써 41개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글로벌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한국 드라마는 바로 '폭싹 속았수다'이다.
19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폭싹 속았수다'는 공개 2주 만에 60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에서 당당히 2위에 올랐다. 한국뿐 아니라 브라질, 칠레, 멕시코, 터키, 필리핀, 베트남 등 전 세계 41개국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600억에 달하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이 드라마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과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사계절'이라는 테마로 풀어낸 작품이다. 1960년대 제주도부터 2025년 현재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이들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국내외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이 드라마는 1960~1970년대 이야기를 과거의 추억이 아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생생하게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막이 공개된 후에는 젊은 세대에게는 부모의 이야기를, 기성세대에게는 고단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며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했다.
'폭싹 속았수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시대적 배경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미술과 소품의 디테일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 '외계+인'의 류성희 미술감독은 도동리 마을, 샛노란 유채꽃밭, 70년대 서울 풍경 등 드라마 속 다양한 공간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김원석 감독은 "류성희 미술감독님과 최지혜 미술감독님 이하 미술팀과 장정우 소품실장님 이하 소품팀의 엄청난 집념과 노력으로 공간의 디테일을 이뤄낼 수 있었다"며 제작진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는 또 "촬영 감독님과는 인물들의 연기가 최대한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끊지 않고 촬영하는 방법을 협의했다"면서 "스타일리시한 카메라 워킹이나 편집도 최대한 지양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19일 공개된 '폭싹 속았수다' 비하인드 스틸과 미공개 스틸에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한 배우들의 모습과 1960년대 제주부터 80년대 서울까지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세트장 모습이 담겼다. 특히 풋풋한 10대 시절의 애순과 관식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애순을 향한 순애보로 체육부 소속임에도 백일장에 참가한 관식, 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애순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흐뭇한 미소를 자아낸다.
또한 깜찍한 땋은 머리의 금명(아이유), 애순(문소리), 그리고 관식(박해준)이 실제 가족처럼 단란하게 모여 있는 장면은 드라마에서 전해준 따뜻함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1인 2역에 도전한 아이유의 연기력도 화제다. 긴 생머리로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는 대학생 금명과 짧은 파마머리의 애순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두 인물을 표현하기 위한 아이유의 노력이 엿보인다. 대학생 금명과 같은 옷을 입은 아역 금명(안태린)의 모습 역시 화기애애했던 촬영 현장을 짐작케 한다.
흥미로운 점은 '폭싹 속았수다'의 영어 제목이다. 제주도 방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의미를 가진 이 제목은 영어판에서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로 번역됐다. 이는 '인생이 당신에게 귤을 줄 때' 또는 '살다가 귤이 생기면'이라는 뜻으로, 미국 철학자 엘버트 허비드의 격언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인생이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레몬'을 제주도의 특산물인 '귤'로 재치 있게 바꿔 현지화했다는 점이 시선을 끈다. 아이유는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인생이 떫은 귤을 던지더라도, 그걸로 귤청을 만들어서 따뜻한 귤차를 만들어 먹자는 뜻을 담았다"고 영어 제목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완성도 높은 작품성으로 K-드라마의 글로벌 위상을 한층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대적 배경의 완벽한 재현, 배우들의 열연,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 형성 등이 이 작품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미 2025년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으며, 방영 전부터 쌓였던 기대에 부응하는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대본, 연출, 연기, 캐스팅 무엇하나 구멍이 없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탄탄한 각본에 대한 극찬과 함께 '믿고 보는 임상춘 작가'의 필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는 반응이다.
전문 평론가들의 평가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절반의 에피소드만 공개된 상태에서도 국제적인 영화·드라마 평가 사이트 IMDb에서 9.3점, 국내 콘텐츠 플랫폼 왓챠피디아에서 4.4점이라는 한국 드라마 사상 최고 수준의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K-드라마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절반 공개에도 이미 41개국 TOP 10을 휩쓸며 상승세를 탄 만큼, 오는 2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3막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애순과 관식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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