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실수, 기술로 막는다… 오조작 방지 장치 본격 도입
자동차 안전기술 진화… 자율주행 시대 핵심 요소로
고령사회 대응, 기술·제도·복지의 조화 필요
[포인트경제] 일본 정부가 가속페달 오조작에 따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오는 2028년부터 신차에 오조작 방지 장치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최근,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잘못 밟았을 경우 차량이 자동으로 감속하거나 정지하는 장치를 모든 신차에 기본 장착하도록 관련 기술 기준을 마련하고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고령 운전자의 오조작 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는 실수가 주차장이나 교차로 등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일본의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고를 더 이상 개인의 실수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기술적 보완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국토교통성 통계에 따르면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관련된 교통사고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사고 유형 중 상당수가 운전 조작 실수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술 기준을 표준화하고, 모든 제조사가 동일한 수준의 안전장치를 장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자동차 기술 분야에서도 이번 제도화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기존의 자동 브레이크 시스템은 전방 장애물에 반응하는 방식이었다면, 오조작 방지 장치는 운전자의 조작 자체를 감지해 차량 제어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한 안전 기술로 평가된다. 현재 일부 일본의 제조사들은 고급 차종을 중심으로 유사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나, 기능의 명칭과 작동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정부는 이를 통일된 기준으로 정립해 기술 격차를 해소할 방침이다.
또한, 일본의 기술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화가 자율주행 기술과도 자연스럽게 연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운전자의 실수를 감지하고 차량을 제어하는 기술은 향후 자율제어 시스템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이 관련 기술 기준을 선도함으로써, 향후 국제 표준화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고령사회 전문가들은 기술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이미 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고령 운전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운전 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정책만으로는 고령자의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고, 기술과 제도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오조작 방지 장치의 의무화 외에도, 면허 반납자에게 대중교통 할인이나 택시 이용 보조금 등을 제공하는 지역별 지원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무료 셔틀버스 운행이나 지역 이동 서비스(MaaS) 확대 등 다양한 대안을 시도 중이다.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한국에서도 고령 운전자의 오조작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운전자가 주차 도중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아 인도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행인이 중상을 입고, 차량 여러 대가 파손됐다. 올해 3월에는 대전의 한 전통시장 골목에서 80대 운전자가 차량을 급가속해 노점상을 들이받고 가게를 파손하는 사고도 있었다. 두 사고 모두 운전자의 조작 실수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에서도 고령 운전자의 증가에 따라 유사한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오조작 방지 장치 의무화에 대한 제도적 논의는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일부 고급 차량에 한정해 기능이 탑재되고 있으나, 보편화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도 기술 기반의 교통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운전자 교육과 면허 반납 유도만으로는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는 만큼, 차량 자체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의무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역시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일본처럼 기술·제도·복지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는 종합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Copyright ⓒ 포인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