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바둑 대회에서 국내 최초 우승자가 된 조훈현. 전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던 그는 바둑 신동이라 불리는 이창호를 제자로 맞는다. “실전에선 기세가 8할이야” 제자와 한 지붕 아래에서 먹고 자며 가르친 지 수년. 모두가 스승의 뻔한 승리를 예상했던 첫 사제 대결에서 조훈현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세를 탄 제자에게 충격적으로 패한다. 오랜만에 패배를 맛본 조훈현과 이제 승부의 맛을 알게 된 이창호. 조훈현은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을 되살리며 다시 한번 올라갈 결심을 하게 되는데…
▶ 비포스크리닝
바둑이 최고의 두뇌 스포츠로 추앙받던 90년대를 배경으로, 현시대의 김연아, 박지성, 손흥민과 같은 스포츠 스타들처럼 전 세계가 인정한 바둑 레전드 조훈현 국수(國手)를 실제 모델로 삼은 영화다.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인 만큼 캐스팅에 있어서는 그 어떤 배역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김형주 감독은 이병헌과 유아인이라는 연기 고수들을 캐스팅했다. 하지만 유아인의 마약투약으로 인해 이 영화는 개봉을 앞두고 시련을 겪어야 했다. 바둑계의 전설적인 인물을 마약범죄자가 연기했다는 것 만으로도 모욕이라는 의견, 범죄자의 작품을 공개하는게 그에게 면죄부를 주는게 아니냐는 의견, 하지만 제작진과 다른 배우가 무슨 죄가 있냐, 그러니 빨리 공개하는 게 낫다는 의견 등 말이 많았던 영화다. 애초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기로 했던 '승부'는 결국 바이포엠스튜디오에서 극장개봉을 시키는 상황이 되었다.
워낙 배우 리스크가 크긴 하지만 이병헌, 유아인 뿐 아니라 다른 연기고수들도 함께 한 작품이다. 바둑판의 희로애락에 정통한 프로 기사이자 바둑 기자 천승필 역을 맡은 고창석부터 조훈현과 이창호의 전설적인 사제 관계를 지켜보며 함께한 이용각 프로 기사 역의 현봉식, 그리고 스승과 제자와 한집에서 동고동락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승부사들에게 가장 친밀한 동반자였던 조훈현의 아내 정미화 역의 문정희까지 연기로 대결한다면 그야말로 백전백승을 방불케 하는 실력을 발휘한다.
예고편에서는 유아인의 흔적을 99% 지워냈지만 본편에서 마주하게 될 유아인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레전드 이병헌의 연기는 또 얼마나 좋을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승부'의 관전 포인트다.
▶ 애프터스크리닝
공개된 영화 '승부' 속 유아인의 분량은 편집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분량은 많지 않았다. 이창호의 어린시절부터 보여주는 영화였기에 김강훈의 연기가 눈에 띄었다. 바둑 잘 두는 당돌한 꼬맹이의 첫 인상을 김강훈이 얼마나 야무지게 표현했는지, 이후에 유아인으로 배역이 바뀌었는데도 김강훈의 입술 모양, 눈썹 모양, 특유의 표정과 분위기 들이 유아인 얼굴 위로 겹쳐져 보였다. 두 사람이 이창호를 연기하기 위해 얼마나 싱크로를 맞췄는지 알 수 없지만 자칫 유아인이 김강훈 흉내를 내려고 많이 노력했다는 착각도 들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는 유아인이 연기한 이창호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거나 무게감이 확 실리지는 않는다. 되려 이런 무서운 제자를 키워내며 그 과정에서 마음의 부침을 겪고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해나간 스승 조훈현에게 마음이 쏠린다. 다 된 밥에 유아인 뿌리기의 부정적인 효과는 크지 았다.
역시나 연기 잘하는 이병헌이 이번에도 이병헌한다. 이 영화에 담긴 이야기들이 모두 실제 실화라는 걸 생각하고 보면 더 기가막힌 상황이지만 그런 상황을 살아내고 극복하는 조훈현의 마음을 이병헌은 기가 막히게 그려낸다. 바둑판 앞에 앉아 있는 앵글이 그의 분량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음 속 태풍과 절망을 관객에게 전달해 낸다. 유아인의 마약사건만 없었더라도 이병헌과의 연기대결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었겠지만 '승부'를 확인하고 나니 작품 속 역할과 마찬가지였다. 이병헌을 이길수 없었다.
바둑 영화인만큼 바둑 대국 장면이 많이 나온다. 바둑을 잘 몰라도 스승과 제자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재미있지만 바둑을 조금이라도 잘 알고 본다면 훨씬 재미가 있을 것. 이 소재가 약간의 허들이 될 것.
영화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로 3월 26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주)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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